쓴소리 하면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71)를 떠올린다. 그의 별명은 '미스터 쓴소리'다. 눈치 보지 않는 비판과 독설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그가 7·26 보궐선거에서 재기한 뒤 또 쓴소리를 했다. 탄핵사유가 이제 바뀌었느냐는 물음에 “유효하다. 오히려 사유가 더 추가됐다”며 가장 잘못한 건 ‘인사문제’라고 쏘아부쳤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낙마를 보며 이젠 ‘쓴소리의 내공’까지 갖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도 ‘용기있는 쓴소리 꾼’ 축에 낀다. 외교 안보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쓴소리를 남기고 과감히 사표를 내던진 인물이다. 보좌관이라면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필하는 자리 아닌가.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겨냥해 쓴소리를 해대니 용기가 가상하다.
최근에는 김완주 지사가 공무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취임 한달이 지났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다. 본인은 청와대로, 중앙부처로 동분서주하는데 공무원 당신들은 바짝 엎드려 눈치나 보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위에서 쏘든, 밑에서 날리든 쓴소리는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산소 같은 것이다. 쓴소리 커뮤니케이션이 작동되는 조직은 살아있는 조직이다. 그런데도 조직의 우두머리는 쓴소리를 대부분 싫어한다. 한 술 더 떠 괘씸한 놈이라며 인사때 고약하게 처박아놓는 경우도 있다. 우두머리나 임원이 그런 마인드라면 그 조직은 살아있으되 죽은 거나 다름없다.
이런 부정적 장벽 때문에 쓴소리는 소신과 용기, 일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표출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판기능이 핵심인 주민대표 기관에서 마저 쓴소리가 실종된다면 존재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방정치인들이 쓴소리를 쏟아내지 못하고 있다. 왜그럴까. 화이부동( )하지 못하고 화이동화( )하기 때문이다. 소신과 용기가 없거나, 일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거나, 집행부에 빚을 지는 것 등이 화이동화하는 원인이다. 의회가 집행부와 한통속이 되는 건 주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새 진용의 교육위가 내달 1일 출범한다. 교육위원 9명중 전현직 교육장이 6명이나 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경험이 많기 때문에 교육행정에 도움이 될까? 예단이지만 대답은 ‘노’다. 한때 집행부의 정책을 수행했던 사람이 이제와서 비판한다면 자기부정이 될 것이고, 현 교육감의 지휘감독을 받았던 사람이 교육감을 향해 쓴소리를 던지는 것도 사실상 쉽지않은 일이다. 교육위원 자리를 교육감을 향한 징검다리로 여기는 위원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교육위가 과연 비판기능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우려가 있다는 걸 위원들이 새겨야 한다.
학력신장과 인재양성의 과제는 물론이고 일선 현장에는 비민주적, 권위주의적, 전시적 행태들이 아직도 많다. 비판 견제기능을 갖고 있는 교육위가 해야 할 일들이다. 눈치보지 않는 비판과 독설, 쓴소리 커뮤니케이션이 교육위에서 작동될 때 가능한 일들이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교육위나 지방의회 같은 공적인 정치집단에서 '미스터 쓴소리' '미시즈 쓴소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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