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락이 형성된 곳이면 늘 초입에 자리했던 ‘방앗간’. 호구지책과 직결된 삶의 공간이었던 방앗간은 도시화 공업화와 함께 아스라한 고향의 한 풍경으로 사라지고 있다. 원로 사진작가 김학수(73)옹. 시골마을을 앵글에 담아온 그가 ‘방앗간’을 주제로 열두번째 사진전을 열고 있다. 1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그는 40년이 넘도록 줄곧 시골마을에 앵글을 맞췄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쉼을 주는 곳이자 고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앗간은 이러한 그의 작품의 구성요소이자 풍경이다.
“농어촌을 돌아다니다보니 마을 입구마다 방앗간이 있더군요. 그런데 한해가 다르게 그 모습이 변하거나 사라지는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렌즈에 담았죠. 사라질 풍경이잖습니까.”
25년전 곰티재를 내려와 마주했던 화심의 방앗간으로부터, 구이 평촌의 것, 용담 수몰지구내 방앗간은 그의 사진속에만 남아있다. 김제 진봉들녘의 지평선 방앗간과 칠보의 것 등 도내 곳곳의 방앗간의 모습들이 흑백으로 아련하게 되살아났다.
“방앗간을 들여다보니 우리의 농경문화와 생활문화를 이해하게 되더군요.” 그는 방앗간만을 사진속에 담은 것이 아니라 그곳을 구심체로 모여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함께 담아냈다.
“방앗간의 사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흑백이라 표현에 한계가 있을수 있지만 역으로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의 사진은 수묵화같다는 평을 종종 듣는다. 대상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보통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장면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방앗간 사계’에서도 그러한 시각을 느낄수 있다.
당초 고희전으로 준비했던 것이 늦어져 이제서야 전시회를 갖게 됐다. 앞으로 ‘좋은 사진’을 골라 자신의 이름을 단 사진집을 엮어보는게 소망이다. “좋은 사진이란 시대가 바뀌어도 새록새록한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0년 넘게 사진을 찍었지만 좋은 사진을 꼽으라면 몇장 되지 않아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잃고 있는 세태가 아쉽다는 노작가는 자신은 끝까지 아날로그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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