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급변하고 있다. 대학마다 경쟁력 향상과 위기 극복을 위해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학교발전기금 확보는 기본이고 우수 교수확보와 학생유치, 구조조정 등 변화의 속도가 눈부시다. 이는 하버드대나 도쿄대 등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국내 대학들도 몸집을 줄이고 돈을 끌어 모으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런 노력의 중심에 총장이 자리한다. 대학이 총장 1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총장의 역량에 따라 학교발전 속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학의 운명이 누구를 총장으로 뽑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국내 몇개 대학을 살펴보자. A대학 총장은 취임 3년간 3500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모았다. 학부 수업의 35%를 영어로 진행시켜, 예전 ‘막걸리 대학’ 이미지를 ‘글로벌 대학’으로 바꿔 놓았다. B대학 총장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28만평에 학생 1만명이 공부할 수 있는 제2캠퍼스 계획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C대학 총장은 CEO총장답게 대학에 기업의 목표관리(MBO)기법을 도입, 대학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사립대뿐 아니라 국립대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고라는 D대학 총장은 교수 정년심사탈락률을 50%까지 끌어 올려 ‘철밥통 대학교수’ 풍토를 개선했다. 인근 E대학과 영남의 F대학은 어려운 학교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더불어 졸업생 누구나 2개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도록 프로그램을 바꾸거나 단과대 통폐합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총장들도 있다. 이제 총장의 자리는 더 이상 ‘권위와 명예’에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 단순 관리자가 아닌 개혁가요, 행정가요, 전문 경영인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도내 현실로 눈을 돌려 보자. 지금 도내 대부분의 대학들은 ‘위기’를 넘어 ‘생존’의 기로에 직면하고 있다. 신입생 부족과 취업난, 재정난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도내 고교 졸업생 가운데 성적 우수자의 90% 이상이 서울로 진학하고 순수 취업률 또한 50%를 밑돈다. 여기에 연구력이 뛰어난 우수교수들 마저 기회만 있으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수도권 대학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을 추스리면서 경쟁력을 길러야 하는 게 도내 대학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 맨 앞자리에 총장이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요즘 도내 대학의 행태를 보면 안타까움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특히 국립대가 그렇다. 도내 대학을 대표하는 전북대의 경우 총장 선출 파문에 휩싸여 도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젊음을 내세웠던 전임 총장이 국립대 최초로 불명예 퇴진한데 이어 일어난 일이라 더욱 그러하다.
지난 6월 전북대가 선출한 당선자에 대해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가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추천과 반려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당선자의 부동산 투기및 위장전입 의혹, 음주운전 경력 등을 문제 삼았고, 대학측은 ‘대학자율권 침해’로 맞서고 있는 상태다. 자칫 이번 일로 대학행정 차질과 학교위상 추락, 지역사회 이미지 먹칠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 어쨌든 대학은 지역발전의 견인차여야 한다. 또 대학 경쟁력은 총장 경쟁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처를 딪고 대학이 우뚝 섰으면 한다.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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