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3사의 사극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종래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사극과 달리 요동벌에서 중원제국과 당당히 패권을 다투는 고구려와 발해의 건국을 다룬 우리민족의 대서사시다.
사극에 동원되고 있는 연기자들도 당금을 대표하는 톱스타들. 주몽역의 송일국과 연개소문의 유동근, 그리고 대조영으로 분장한 최수종 등 이들 사극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연기대결도 시청자의 흥미를 한층 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역은 주몽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소서노의 한혜진. 아직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소서노는 고구려와 온조-비류백제까지, 전 세계를 통틀어 세 왕조를 창업케 한 철혈여성으로 등장한다.
사학계가 언제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대륙백제설, 그리고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그들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그 역사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한혜진은 비류백제의 중국본토 건국설을 온몸으로 풀어내면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맞서는 한류공정(韓流工程)을 당당히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 한숨 돌려보자. 그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혜진의 소서노와 전북은 어떤 관계일까? 아니, 우리 고대사에서 전북은 어떤 의미로 존재했을까? 비약도 유분수겠지만 정말 전북은 우리의 고대사에서 아무런 역할도 수행하지 못했을까?
역사에서 우연이 없다지만, 고대사에 있어서 전북의 역할에 새로운 가설이 성립될 수 있다면 어찌될까? 동북공정이 가능하다면 한류공정이 가능할 것이고, 한류공정이 가능하다면 전북공정(全北工程)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나씩 짚어보자. 해양제국 백제, 그 백제가 온조백제던 비류백제던 해양제국의 기초는 바로 상선(商船)과 교역물자에 있을 터, 그 상선은 어디서 건조됐고 그 물자는 무엇이었을까?
왜 변산은 고래로 소나무의 벌목을 금하는 송목금벌지(松木禁伐地)에 처해졌고 백제로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전함건조기지는 왜 그곳에 위치했을까. 해상왕 장보고와 몽고의 일본정벌, 고려 말 왜선을 불태운 최무선, 그리고 임진왜란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서에서 변산은 한반도의 전함 건조 기지로 기록되고 있는데, 그 시원(始原)은 어디쯤일까?
장보고 실각 후 동진강 유역으로 집단이주한 청해진 유민은 변산지역 조선기술자의 환고향(還故鄕)인가? 집단격리였는가? 그리고 최근 군산이전이 검토되고 있는 대우조선은 그저 우연일까?
삼국건국 당시 최고로 인기 있는 교역품목은 또 어떤가? 그게 쌀이라면, 그리고 그 쌀이 김제평야와 관계가 있다면?
한걸음 더 나가보자. 벽골제는 누가 쌓았을까? 삼국사기에 신라 흘해왕(訖解王) 21년, 다시 말해 330년에 신라왕이 쌓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류왕이 지배하고 있던 백제 땅에 신라왕이, 지금으로서도 간단치 않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펼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병도나 단재 신채호의 주장대로 그 축조연대가 백제초기라면, 그럼 벽골제 축조세력은 하남위례성에 위치했던 온조백제일까? 건국초기 온조백제에 과연 그럴만한 여력이 있었고 그 지배력이 김제 땅에 미쳤을까?
더하여 벽골제에서 생산된 쌀은 민수용이었을까? 아니면 무엇일까? 쌀이 금과 맞먹을 정도로 최고의 교역품목으로 꼽혔던 시절, 과연 벽골제의 쌀이 백성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당시 토목기술로 3.3㎞에 이르는 대규모 댐을 축조할 수 있었던 세력은 군사세력일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그 군사세력이 대륙백제, 바로 비류백제라면? 그리하여 전연(前燕)과 선비족(鮮卑族)의 북위(北魏)등과 더불어 동북아의 패자를 가리던 대륙백제의 군량미 조달기지였다면? 그리고 그 양곡을 실어가기 위해 대규모 상선제조 기술이 필요했고, 바로 그 건조기지가 변산일대였다면? 해양제국 백제는 바로 벽골제와 변산에서부터 출발한다면….
물론 가설이다. 아니 가설 축에도 끼지 못하는 미망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북공정(全北工程), 오늘 필자의 단상에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다면 비류와 온조, 그리고 일본과 남송 인도를 아우르는 해양제국 백제가 확연히 그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아침, 모쪼록 해양제국 백제와 벽골제, 그리고 변산에 새로운 축복이 있기를.
/이대성(뉴스&피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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