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제목이 멋있네요.”
“세 남자잖아요.”
남자가 귀한 시대. 문화예술계에서 특히나 무용은 그렇다.
그런데 남자가 ‘셋 씩이나’ 모였다. 현대무용단 ‘청호무용단’의 이준철(30) 박세광씨(27)와 한국무용단 ‘류무용단’의 류영수씨(28). 스스로 “춤을 추면서 사람이 됐다”고 말하는 이들이 ‘2006 세 남자의 춤’을 펼친다.
“장르가 다르다 보니 처음에는 서로 인사만 하는 정도였어요. 어떤 목적이 있어 친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이 좋아 만나다 보니 지역 무용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게됐고, 함께 판을 벌여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고향이 같은 이씨와 박씨는 고등학교 시절 광주의 한 학원에서 만나 벌써 12년째다. 한국무용을 하는 류씨와의 만남은 콩쿨이나 공연장에서 시작됐다. 대한무용학회의 ‘춤으로 푸는 고전’, 전북무용협회의 ‘전북무용제’와 ‘젊은안무자 춤판’ 등에 출연하고 ‘한국남성무용포럼’에서 활동하는 것도 세 남자의 공통점이다.
난해하기만한 현대무용판에서 이씨와 박씨의 춤은 재밌다. 새로운 실험으로 한국무용의 폭을 넓혀온 류씨와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춤의 대중화’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연극은 많이 대중화가 됐지만, 여러 예술장르 중에서도 무용은 여전히 인지도가 낮습니다. 무용수들은 춤을 쉽게 표현해야 하고, 일반인들은 누구라도 한번쯤은 무용 공연을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두가지 모두 무용수들의 몫이죠.”
처음부터 장르의 구분을 뒀다면 ‘세 남자의 춤’은 없었을 거라는 이들. 이씨의 ‘간다… 떨어질려고’, 박씨의 ‘조건없는 반복’, 류씨의 ‘사랑가’ 등 무대 위에서는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이 여러 색깔로 교차한다.
마지막 작품 ‘추억찾기’는 세 사람이 공동으로 안무하고 공연한다. 어렸을 적 추억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절제된 움직임과 표현이 중심인 실험무대다. 때로는 무용하는 사람은 테크닉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강하게 사로잡힐 때도 있지만, 이번에는 춤이지만 되도록 춤을 추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세 남자는 “같은 사랑이라도 한국무용이 눈빛으로 표현한다면, 무대 위에서 키스를 하는 것이 현대무용”이라며 “다들 10년이상씩 자기 춤을 춰왔기 때문에 같은 동작이라도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대부분 무대가 없어 1회성 공연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공동작업은 처음인데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나이에 서로를 만나서 다행”이라는 세 남자.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세 남자의 춤’은 해마다 전주와 다른 도시 한 곳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올해는 광주(23일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와 전주(12월 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공연한다. 광주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승무와 살품이춤 이수자인 김덕숙씨가, 전주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위도띠벳놀이 예능보유자인 김상원씨가 특별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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