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 순간, 시가 내게 와서 속삭였다.”
문화사학자 신정일. ‘우리 땅 걷기 모임’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이번엔 시 기행문을 엮었다. 산천을 걸으며 자연속에서 만난 우리 시 50편을 골라 선집「그곳에 자꾸만 가고싶다」(다산책방)를 출간했다.
“나는 세상 모든 것을 길 위에서 배웠다. 세상을 떠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다시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문학에 대한 열정보다 땅에 대한 열정으로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었고 그 사랑때문에 이 나라 산천을 지치지 않고 떠돌수 있었다. 하지만 나라 곳곳을 떠돌면서도 마음 한 귀퉁이엔 시에 대한 열망이 수그러들지 않고 사화산처럼 남아있어 가끔씩 정신을 들쑤시고 일어나곤 했다. 그때마다 마음속에 남아있던 300∼400편의 시 중에서 한편을 골라 읊조리기도 했다.”
저자는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를 정선해 기억속의 점철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내 슬픔과 고통이 교차했고 그래서 적이 놀랐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책에 그동안 숨기고 싶었던 아름답고 슬픈 지난 세월을 아주 조금씩 풀어놓았다. 그것은 아직 내 삶과 글이 끝이 아니고 진행형이라는 징표일 것이며 내 영혼이 아직까지는 물음표로 남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선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눴다. ‘꽃이 피고 강이 풀리면 길을 떠나라’는 어깨제목을 단 봄에는 곽재구시인의 ‘나팔꽃이 피면’ 정호승시인의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 김용택시인의 ‘섬진강1’ 등이 다가온다 ‘산은 가까워지고 바다는 하얗게 춤추는’ 여름에는 도종환의 ‘박달재’ 정호승의 ‘미시령’ 도종환의 ‘섬’ 허영자의 ‘깊은 바다와 같이’를 읊조리게 된다. ‘고즈녁한 산사와 한 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게 되는’ 가을에는 안도현의 ‘화암사, 깨끗한 개 두마리’ 송수권의 ‘산문에 기대어’ 김정주의 ‘선운사 동구에서’ 신경림의 ‘실상사의 돌장승’을 새겨볼만 하다. ‘첫눈이 내리면 내 어두운 마음도 하얘지는’ 겨울에는 김남주의 ‘첫눈’ 조병화의 ‘고개’ 김지하의 ‘눈 내릴 때면’ 최승호의 ‘대설주의보’ 황동규의 ‘눈 내리는 포구’가 생각난다. 선집은 자작시 ‘산길에 접어들면서’로 마무리됐다.
신경림시인은 이 선집에 대해 “신정일이 그 고장과 그 풍물을 가장 잘 드러낸 시를 뽑아서 우리 산하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만들어주는 앤솔로지를 엮었다. 여기 실린 시들은 한편의 시가 국토와 그 안에서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고 활기차게 만드는 지를 알게 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룰때 시가 가장 빛난다는 점도 알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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