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서태영.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21년의 판사생활을 거쳐 올해로 변호사생활 10년째에 접어들었다. 매사에 쉽게 싫증을 낸다고 고백한 그는 벌써 변호사가 싫어졌다고 한다. 최근 그가 재미를 느끼고 있는 일은 글쓰기. 그것도 늘 논리와 이치를 따지는 변호사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다.
“나는 자신을 드러내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축에 속한다. 그래서 책을 쓴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책에는 어떤 형태로든 필자가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이들어 시를 공부하면서 시집을 한권 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시집을 엮고 싶은 그가 연착륙을 위해 선택한 것이 비망록이다. 「피고인에게 술을 먹여라」(모멘토). ‘자신 드러내기’의 망설임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법률마트 시대의 휴머니스트 비망록’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오랜 법조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과 법조인이 되기까지의 삶의 과정을 담고 있다.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라는 사법사의 희귀한 사태에 연루된 적이 있는 그인 만큼 팔이 안으로 굽지는 않았다. 법조계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잘못된 관행 등을 드러내기도 하고,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법과 재판에 관련된 상식도 일러준다. 법을 공부하거나 법에 관심있는 시민들에게 일종의 안내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사법사의 자료가 될 수도 있다. 그는 “글의 성격상 법조계의 잘못된 측면이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아직도 진행중인 사법개혁에 한줌의 거름이라도 될까해서 팔을 안으로 굽히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개인사도 엿볼수 있다. 완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때 전주로 이사를 오고, 서울로 대학을 진학, 대학 재학중 사법고시에 합격, 조용하고 보편적인 성격덕분에 판사의 길로 들어서 21년동안 법원에 근무했다가 변호사를 개업,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 서태영으로서, 또 한 법조인으로서 걸어온 그의 족적이 솔직하게 그려졌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법조인 등 그가 인연을 맺어온 이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헌사도 있다.
그는 “이 책은 참회록이나 고백록이 아니므로 모든 일을 미주알 고주알 까발리지는 못했다. 특히 나의 잘못은 잘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남의 잘못은 적지 않게 드러냈으니 그 분들의 명예에 흠이 될까 두렵다. 과거를 그대로 보여주어서 반성의 기회를 갖자는 뜻이니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를 빈다”고 후기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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