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에서 펴낸 「한국의 일상 문화와 몸」에서 김말복 무용과 교수는 춤을 통해 몸이 해방됐다고 말한다.
무용이 도입되면서 ‘얼굴 중심적’에서 ‘몸 중심적’ 정체성 인식으로 나아가게 됐으며, 몸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해방된 몸을 전시하는 매체로서 춤의 부활이 신체 문화 부흥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무대 위 아름다운 몸짓을 위해 끊임없는 연습과 눈물 겨운 다이어트를 일삼는 무용수들. 그들에게도 무용이 몸의 해방으로 느껴질까.
실제로 무용수들은 ‘체중계에 오르지 않고도 몇 백 그램의 살을 알아차릴 만큼 체중에 민감하다’고 한다. 다이어트 역시 생활이다.
“학생 때는 ‘빠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저녁을 먹지 않는 정도였죠. 하지만 제대로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터 연습량도 늘리고 다이어트도 열심히 했죠.”
현대무용가 신용숙 사포 대표는 “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에너지 소비량을 알기 때문에 연습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일반인들 보다 쉽게 살을 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공연 스케줄이 잡히면 아무리 몸매가 좋은 무용수라도 신경 쓰이기 마련. 육류와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고 오이나 당근 등 야채로 끼니를 대신하곤 한다.
하지만 다이어트 중에도 공연 3일 전에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육류를 먹고나면 3일 후에야 비로소 에너지로 소비된다는 게 무용계 통설. 무용수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이 통설은 초콜릿과 커피로 공연 당일을 버텨야 하는 무용수들에게는 고마운 전통(?)이다.
“발레에는 정형화된 몸매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현대무용은 무용수가 가장 편안하게 몸동작을 할 수 있는 몸매가 이상적입니다. 다만 무대 위에서 뛰거나 구르는 경우가 많은데, 살이 찌면 쉽게 지치고 내 몸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답답하죠.”
신대표는 “현대무용은 에너지가 뿜어나와서 관객들에게 전달이 돼야 한다”며 “현대무용에 필요한 지구력이 허벅지에서 나오기 때문에 상체는 말라도 하체가 튼튼한 무용수가 많다”며 웃었다.
선이 예뻐야 하는 발레리나는 작은 얼굴, 긴 목과 팔다리, 짧은 허리와 바깥쪽으로 벌어진 골반, 곧은 등이 이상적인 몸매의 조건으로 꼽힌다. 솔리스트에게 키는 중요치 않지만, 듀엣을 할 경우는 토슈즈를 신고 섰을 때 발레리노의 키보다 작은 게 보기 좋다. 또한 발레리노가 발레리나를 들었을 때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이왕이면 마른 쪽이 낫다. 발레리나의 키가 160㎝라면 몸무게는 45∼48㎏ 정도가 적당하다.
대부분의 무용수들이 처음 무용을 시작하게 되는 청소년기. 몸매가 무용 장르를 택하게 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른 체형은 발레를, 비교적 통통한 체형은 한국무용을, 힘이 좋은 이들은 현대무용을 권유받는다.
이는 의상과도 관련이 있다. 발레복 자체가 서양인의 체구에 맞춰서 개발된 것이고, 한국무용은 대부분 한복을 입고 추기 때문에 몸매를 보완하기가 쉽다. 그러나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한 젊은 무용수는 “요즘에는 한국무용도 몸매 좋은 무용수들이 많다”며 “전통의상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한국무용 의상도 현대적이고 화려해져서 몸매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용수들은 아무리 좋은 몸매라도 콤플렉스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몸매와 기능 모두가 뛰어난 무용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무용수들은 “타고난 몸매보다는 노력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무용수라는 평”을 가장 좋은 칭찬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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