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제일고 임영근 교사(36)는 영어를 연구하는 지리교사다. “영어 이외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면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은 물론 해당 과목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이에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 교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지리과 교수·학습자료를 통한 영어 표현력, 독해력 증진 및 지리학적 안목 신장’이란 연구과제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교과교육공동연구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오는 7월께 학회에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 임 교사는 자신의 연구 성과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진정시키려면 공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어떤 실마리를 찾은 표정이다. 임 교사는 대학에서 지리교육을 전공했지만 영어교육을 부전공으로 선택했고 졸업후 3년여 동안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갖고 있다. 사교육과 공교육 현장을 모두 경험하며 나름대로 교육의 문제점을 고민해왔다.
임 교사는 지난 겨울 군산제일고 기숙사에서 1·2학년 학생 50여명과 함께 지리과목을 영어로 공부하며 영어교육의 대안을 모색해 왔다. 3개 반을 편성해 자신이 2개 반을,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능력을 갖춘 미국 메릴랜드대 박승배 교수(39·철학전공)가 1개 반을 맡아 기후·지형·인구·도시 등 지리교과와 FTA·스크린쿼터 등 시사성있는 주제를 10시간 동안 영어로 수업했다. 녹음된 영어 일기예보를 직접 들려주고, 시사성있는 주제를 놓고 학생들과 영어로 토론하기도 했다.
수업을 모두 끝낸 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수업내용의 70∼80%를 이해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업방식이 ‘지리실력과 영어실력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영어 말하기·읽기·듣기능력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임 교사는 “기숙사생들이 비교적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고 한 번 배웠던 교과를 영어로 다시 접해 영어 지리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다”며 “그러나 이같은 수업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영어능력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영어교사와 다른 교과 교사가 팀을 이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것. 그러나 아직은 현실적 가능성이 그리 높아보이진 않는다. 영어교사가 다른 교과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갖춰야 하고, 다른 교과 교사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구사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한계를 인정하는 임 교사는 현실적 대안으로 방과후학교에서의 팀티칭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방과후학교 무학년 수준별 교과프로그램(영어-지리교육) Immersion Program을 위한 수업자료’를 만들었다. 원하는 학생에 한해 방과후학교에서 영어로 지리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수업자료를 만든 것. 자료 제작에는 임 교사와 군산제일고 전경수(지리), 이희준·홍창의 교사(영어), 남성중 고영현 교사(지리), 김제여고 최미라 교사(지리) 등이 함께 참여했다.
임 교사는 “지리교과를 영어로 공부하면 영어의 표현능력은 물론 지리적 지식 신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수업방식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원서로 공부하고 영어권 서적과 논문을 접할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임 교사는 “입시가 중요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당장은 영어로 지리교육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 교과서 진도를 끝낸 뒤 남는 시간에 영어로 지리수업을 다시 한 번 반복 지도하는 방법을 도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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