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갈비집에서 나왔는데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어요. 다들 기분도 좋은 데다 작품도 나쁘게 보지 않았다길래 작품 하나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죠. ‘서울에서 했던 건 싫다, 써서 주십시오.’라고 했어요.”
전주시립극단이 극작가 김태수를 만난다.
김태수는 10여 개의 작품이 출품된 2002년 ‘전국연극제’에서 김씨의 작품만 4개가 올라와 ‘김태수 연극제’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작가. 지금도 1년이면 김씨의 작품이 전국에서 30여 차례 공연되고 있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꽃마차는 달려간다’ ‘칼맨’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던 그가 이번에는 전주에다 양복점을 차린다.
시립극단이 올 가을 정기공연에서 김태수의 신작 ‘영국신사 양기백’을 초연한다. 이 시대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김씨의 작품이 지역에서 창작초연된다는 소식에 연극계는 물론, 평단과 관객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시립극단과 김씨의 인연은 2004년과 2005년 ‘나비는 천년을 꿈꾼다’와 ‘해가 지면 달이 뜨고’를 공연하면서 부터.
김씨는 “2004년 당시 작품이 썩 마음에 들지 않고 공연 후 뒷풀이에서도 분위기가 썰렁했다”며, 2005년 공연에서 시립극단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마음을 풀고 작품을 약속한 것은 기분 좋게 내리던 함박눈 때문이었다.
상임연출 조민철씨는 “그동안 지역 근현대사와 관련된 소재들을 찾다보니 어느 순간 한계가 왔다”며 “작가에게도 우리 지역 소재를 발굴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가 작가의 상상에 한계를 주는 것 같아 전국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작품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온 ‘영국신사 양기백’은 홀애비 양복쟁이 ‘양기백’의 가족과 연인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미 대본을 끝낸 김씨는 배우들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며 지난 주 전주에 다녀갔다. 자존심부터 내세우는 일부 스타 작가들과는 달리 김씨는 말투부터 ‘전주식’으로 고치겠다는 극단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작가의 작품은 정통극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시립극단은 극 중 뮤지컬이나 무대 판타지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조씨는 “작가가 3년 동안은 작품에 대한 권한을 시립극단에게만 주기로 약속했다”며 “이 작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며 시립극단의 고정 레퍼토리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웃음과 감동이 끊이지 않지만, 내면에는 소시민들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 ‘영국신사 양기백’은 10월 27일과 2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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