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보낸 돈암동 돌담길, 초등학교 뒤 산동네, 넓게만 보였던 집 근처 교회당과 공터가 내 그림의 근원입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화가 박향숙(39)의 그림은 아이가 크레파스로 휘갈긴 그림처럼 천진난만하다. 미술대학에서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았지만 원근법을 무시한 채 사물을 평면으로 표현하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사물을 화면 한가운데 놓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22일 시작되는 박향숙의 개인전 '일기 속의 풍경'에서는 1990년대부터 요즘까지 차츰 변해온 작가의 그림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우환이 올해 3월까지 교수로 재직했던 도쿄의 다마 미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박사학위까지 딴 그는 스승 이우환의 조언을 받아들여 그림에서 "모범생의 이미지를 벗겨내려 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그린 그림처럼 사물을 면이 아닌 선으로 표현하고 색을 섞기보다는 단순한 원색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교회, 고래, 꽃, 물고기, 기와집, 어린왕자가 살던 별, 만돌린 등 기억 속의 정다운 사물을 화면에 리듬감있게 그려넣어 색을 음표처럼 사용했던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장식을 훌훌 털어버리고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간직하고 내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림에 공감을 하고 구입하는 소박한 컬렉터들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가의 최신작은 알록달록 색깔의 비눗방울 덩어리, 선조들의 조각보를 연상시키는 격자무늬 등을 입체로 만든 설치작품이다. 9월4일까지. ☎02-73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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