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시작해 선으로 끝이 나는 작업. 선을 긋기 위해 호흡을 멈출 때마다 그는 기도하는 마음이다.
마음과 손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불화(不和). 불교의 높은 정신세계를 미적으로 승화시켜 형상화시킨 불화가 펼쳐졌다. 30일까지 고창 선운사 만세루에서 열리고 있는 ‘조경순 불화전’.
한국화를 전공한 그가 불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 불심 깊은 가정에서 자란 조씨에게 불화와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일찍부터 스님 밑으로 들어가 불화를 배울 수도 있었지만, 전통 탱화로 정해진 그림만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미술을 전공한 만큼 전통을 바탕으로 한 창작 작업을 하고 싶어요.”
법당 안에서만의 탱화가 아니라 전시장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불화를 그리고 싶은 조씨. 그래서 광주시 무형문화재 탱화이수자인 고영을 선생을 찾았다.
선운사를 찾는 이들이 잠시 지친 삶을 내려놓은 만세루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 그는 전통의 맥을 지키면서도 조금은 색다른 불화를 내놓았다. 비단 한 점 한 점을 직접 염색해 그림마다 바탕색이 다르고, 그 위에 금니작업을 했다. 가로 10m에 이르는 ‘16나한도’를 비롯해 ‘관세음보살’ ‘자비와 지혜를 타고’ 등 섬세하고 정밀하게 그린 불화 13점을 내놓았다.
원광대 미술교육학과와 광주전통문화학교 연구과정 졸업. 서양화가 박상규씨가 그의 인생의 동반자다.
선운사는 조씨의 불화전을 시작으로 대중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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