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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ㆍ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평화-인류의 고통과 슬픔

디아스포라·환경문제·자원배분 등 역사의 아픔 세계사 보편적 관심에서 고민해야

홍기돈 문학평론가(사진안). ([email protected])

21세기의 평화를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

 

1989년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동서 냉전체제의 종말이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1917년 러시아혁명의 성공으로 막을 올린 좌우의 이념대결이 1989년 대단원에 이르렀다면, 그 이후의 세계사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그리고 작가는 그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하는가.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에서 진행할 평화에 관한 논의는 바로 이러한 21세기의 청사진 위에서 펼쳐지게 된다. 작가는,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고통과 슬픔을 뛰어넘은 세계를 상상하면서 그 실현을 위해 언제나 한발자국 앞서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에도 인간의 고통과 슬픔을 자아내는 정치사회적 모순은 존재해 왔다. 다만 매 시대에 따라 특정 모순이 표면 아래로 가라앉고 대신 다른 모순이 도드라지게 불거졌을 따름이다. 9·11사태로 시작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치적 상상력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우리 인류가 감당해야만 할 문제는 무엇인가.

 

 

특수성 배제 공존 가능성 마련

 

1. 우선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하는 디아스포라에 주목할 수 있다. 그들 나름의 장구한 역사가 있고, 거기서 배태된 독특한 삶의 방식(문화)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위계짓지 않고 상호 존중의 태도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질서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공존의 태도는 생태 문제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미 지구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심각한 환경 재앙에 직면한 상태이다. 그러니 여기에 대한 지구적 차원에서의 공동대응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환경 문제는 언제나 국경의 변별을 넘어선다.

 

자원의 배분에도 무관심할 수가 없다. 지하자원의 고갈을 우려하는 제국의 자원 보유국 침략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가지 문제-디아스포라, 환경 문제, 자원의 배분-는 인류가 당면한 공동의 운명이라고 파악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세계사의 보편적인 관심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해 볼 만하다. 그렇지만 보편성으로 쉽게 수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놓쳐서도 곤란할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인 맥락과 현실 조건의 차이로 빚어지는 서로의 특수성을 확인하고, 그 위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마련해 나가려는 노력이 요청된다.

 

 

세계 질서를 화이부동 가치로

 

2. 평화를 논의하는 첫번째 목표는 당면한 현실 문제에 닿아있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상상력의 측면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두번째 목표는 근대 이후 인류의 미래 질서를 구상해 보고, 그 가운데서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데 둔다.

 

일찍이 서구의 근대문명이 세계적으로 확산할 즈음 비서구권 국가들은 구망도존(救亡圖存)의 위기감에 노출되었던 바 있다. 서구의 근대화 방식에 따르지 않는다면 존립 근거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협 속에서 서구적 근대의 재빠른 수용이 절대적인 선으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에 반비례하여 재래의 전통요소가 폄하되었던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본디 정체성이란 존재의 개별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되 외부 세계의 영향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편성과 특수성의 긴장을 끌어안으며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단 하나의 딱딱한 근대’가 아닌 ‘여러 개의 유연한 근대’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근대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질서를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로 재편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홍기돈(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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