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외국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달 말 귀국한 소설가 황석영 씨가 월간 '문학사상' 12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민족, 세계, 휴머니즘이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황씨는 '보편성의 신화'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민족이라는 용어는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사람들 뿐 아니라 외세에 굴종적이었던 군사독재의 집권자들도 자신들의 체제를 선전하는 데 사용했던 용어"라며 "양자의 민족개념은 서로 충돌하고 있는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행이 자유화되고 세계가 달라지는 90년 대에 이르러 민족이라는 용어는 불편해지기 시작한다"며 "일본과 서구에서는 민족주의가 파시즘과 같은 뜻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고 시장경제체제에 반대하는 후진적 개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민족주의는 피해 당사자가 주장해야 하는 용어이며 그것을 그 사회의 어느 계층이 개념화하고 있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도 말했다.
황씨는 '세계적'이라는 말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속에는 근대 이래 정해진 국제적 위계질서와 불평등을 기초로 구축된 자본주의 세계의 주변부로서의 욕구불만과, 소위 세계적 보편성에 대한 순진한 믿음이 깃들어 있다"고 설명하며 "(서구가 주장해온) 보편성은 강자의 울타리"라고 지적했다.
황씨는 휴머니즘에 대해서도 "서구 부르주아지는 계몽주의와 합리주의,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을 기초로 한 시민혁명을 거쳐 근대화를 이룩하면서 유럽적 휴머니즘을 형성하게 된다"며 "그들이 전파하려던 '보편적 휴머니즘'은 야만을 교화한다는 편견과 인종차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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