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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전북일보 신춘문예] 오리떼의 겨울 - 이지현

강 위에 오리가 머리를 숙였다 올린다

 

노란 부리로 쪼아낸 물방울은 베틀을 돌리지 않았는데도

 

모퉁이에서 가운데로 물결을 만들어간다

 

물결이 엉키지 않도록

 

휘휘 발 저어 옮기는 오리들,

 

혼자서는 저 넓은 강을 물고 날아오를 수 없다고

 

함께 강을 담아갈 보자기를 짜고 있는 것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서로의 날갯소리를 엮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코와 코를 매듭지을 수 있다는 것을

 

결국 삶의 보자기는 혼자 짜낼 수 없다는 것을

 

오리떼가 함께 날아 오를 때 알았다

 

살얼음이 발목을 조여와도

 

강의 끝자락을 팽팽히 잡아당기는 오리떼,

 

놓고 가는 건 없는지 막바지 점검을 끝낸 후

 

세상 바깥으로 일제히 날아 오른다

 

세상 안쪽으로 폭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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