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신춘문예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이 있다.
올해 전국 신춘문예에 전북에서 당선된 이들은 문화일보 시 부문 문정희씨(47·전주 우석고 교사)와 강원일보 동화 부문 김인숙씨(45), 광주일보 시 부문 최일걸씨(41), 부산일보 시 부문 조연미씨(27). 문씨와 김씨, 최씨의 고향은 모두 진안. 묘한 인연이다. 조씨는 이번에 광주 무등일보 희곡 부문 가작으로도 당선됐다.
‘문정’이란 필명으로 당선된 문씨는 “몇 년 동안 꼭 안고 살아온 시의 그늘이 걷혔다”며 소감을 밝혔다. 당선작 ‘하모니카 부는 오빠’는 현실적 고통을 아픔이 아닌,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느끼게 하는 미덕이 있는 시로 평가받았다.
“어둡고 가난하고 소외된, 작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그는 “허락도 없이 시의 소재로 차용한 이 땅의 그늘 깊은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수업하면서도 시 생각이 나 미안할 때가 많았다”며 제자들도 잊지 않았다.
1995년 전북일보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최씨는 그동안 한국일보 동화(1997), 조선일보 희곡, 전남일보 희곡 가작(2006) 등의 소식을 전해왔다. 올해는 광주일보에 시 ‘구두 수선공’이 당선됐다. 최씨는 “시는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며 “세상의 이면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시어로 형상화해 하나의 세계로 견고하게 일으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동화 ‘동강할미꽃’이 당선된 김씨의 필명은 ‘이수’다. 현재 서울에 살고 있지만, 진안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산골의 어린 시절, 혼자 있을 때면 동화책 속에서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튀어나오곤 했다”며 “동화란 내게 기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 읽는 것이 좋아 국문과에 들어갔지만, 글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아 내내 절망만 하고 졸업했다”며 “이제 동화를 써도 되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조씨는 숭의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원광대 문예창작과에 편입해 현재는 같은 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올해 시 ‘예의’와 희곡 ‘꿈꾸는 심해어’로 동시에 이름을 올린 조씨는 “장르를 뛰어넘어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문학도들만이 읽는 글이 아닌,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에게도 ‘좋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글이야 말로 그가 쓰고 싶은 글. 좋은 글귀에서 느끼는 행복이 다른 이들에게도 가닿길 바라는 젊은 시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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