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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세상] 감나무 아래서 등

△ 감나무 아래서 / 피셔 스테이폴스 글 / 오즈북스 / 9000원

 

"조금 전만 해도 우리 집이 있던 자리에는 목재 몇 개만이 삐죽 서있을 뿐이었다."

 

전쟁과 상처로 얼룩진 땅 아프가니스탄. 총격과 폭탄 테러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소녀 나즈마는 끔찍한 현실과 마주한다.

 

아빠와 오빠가 텔레반에 끌려가고, 엄마와 갓 태어난 동생이 공습으로 숨진 것.

 

그러나 소녀는 슬퍼할 겨를조차 없이 국경을 넘는다. 가족, 그 실날 같은 희망을 찾기 위해서다.

 

나즈마는 감나무 학교에서 아프카니스탄 아이들을 돌보는 누스라트를 만나면서 외로움을 달랜다. 이 작은 난민 학교는 나즈마와 누스라트가 서로 아픔을 치유하고 어루만져 주는 소통의 공간인 셈이다.

 

작가는 실제 난민 수용소에서 지냈던 한 소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했단다. 한 시대의 아픔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와도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로 얼룩진 땅에서 제2, 제3의 나즈마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어디로 갔을까 / 손준영 글 / 여우오줌 / 8500원

 

"이 제일 무서운 건 사람들이야!"

 

아빠 멧돼지가 곰돌이와 곰순이에게 당부한다.

 

이 두 아기 반달가슴곰들은 엄마곰을 잃었다. 밀렵꾼들이 무자비하게 겨눈 총에 의해서다.

 

이를 모르는 새끼곰들은 '엄마 찾아 삼만리'에 나선다.

 

처음엔 먹잇감을 찾지 못해 쓰러져 동물보호소에 실려 가기도 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으로 숲에 다시 방사된다.

 

여정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 숲 한가운데 길이 뚫려서 마음대로 먹이를 찾아 다닐 수가 없다. 길을 건너려다 많은 동물들이 차에 치이기도 한다. 숨겨놓은 올가미와 덫에 잡혀가 죽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면 정말 행복할까?"

 

결국 이들은 멧돼지를 따라 사람들이 없는 깊은 숲속을 찾아 떠난다.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다.

 

 

△ 먹기 싫은 수프 / 프랑수아즈 그라그 글 / 시공주니어 / 6500원

 

단짝 친구 폴을 따라 레미는 검은 돌집에 사는 할아버지 댁에 묵게 된다.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터라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는 레미. 하지만 낯선 곳은 끔찍하기만 하다. 게임기 사용을 금지하는 데다 레미가 가장 싫어하는 채소 수프까지 억지로 먹이기 때문. 폭군이 따로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레미는 의문투성이인 할아버지 다락방에 올라 갔다 수두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런 레미를 정성껏 간호한다. 또한 그가 사진작가였던 시절, 짝사랑했던 한 여배우의 회상하며, 그의 옛 추억담을 들려준다.

 

레미는 한없이 여리고, 따뜻한 할아버지의 참모습을 깨닫게 되면서 할아버지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간다. 매사에 걱정이 앞서고 소심해서 어디서도 적응할 수 없다는 레미 자신에 대한 편견마저도 허물어진다. 편견을 허물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살아갈 힘을 준다는 진리를 담았다.

 

 

△ 난 이사가기 싫어요 / 토마스 슈미트 글 / 한림출판사 / 7800원.

 

문제의 발단은 가구였다. 엄마 생일날, 아빠는 엄마가 평소에 사고 싶어 했던 가구를 주문했다.

 

하지만 가구는 침실보다 훨씬 컸다. 치수를 잘못 쟀기 때문.

 

그 날 이후 엄마는 큰 집으로 이사가자고 한다. 하지만 피파는 다른 집은 생각할 수도 없다. 태어나서부터 이 집 이외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다.

 

이사 가는 문제가 점점 구체화되자, 피파는 징징대고 말썽부리기 시작한다. 이사 가면 친구들과도 헤어져야 하고, 벽에 드려뒀던 그림들도 두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친숙한 환경에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아이들에게 얼마나 두렵게 느껴지는지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에 피파의 부모는 딸이 용기를 내기까지 기다리고 배려한다.

 

딸의 행동을 단순한 억지와 투정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여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부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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