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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출신 이병기·박한영 등 27人 스승의 삶 모음집 '스승'

필진들 "젊은이들에게 참 스승의 존재감 제공하고 싶었다"

"아버지 말하기가 어디 쉽습니까? 감히 우리는 흉내도 못 내지요."

 

가람 이병기 선생(1891∼1968)을 떠올리는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의 목소리가 엄숙하게 가라앉았다.

 

올해로 꼭 40년. 최교수는 "생전보다도 유택에 드신 후, 스승에 대한 생각과 그리움이 문득문득 간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스승의 가르침을 입은 제자들이라면 누구나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스승. 다른 말이 필요없다. 그 한마디에 온 우주가 다 들어있다.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간행된 「스승」(논형)은 산처럼 우뚝 솟은 우리 민족의 스승들의 가르침이다.

 

「스승」을 제안하고, 국학의 중심으로 27명의 스승을 선정하고 안배한 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와 소재영 숭실대 명예교수는 "되돌아보면 우리는 시대마다 지역마다 참으로 훌륭한 스승님을 많이 가져왔다"며 "오늘날 스승이 사라져버린 허전한 젊은이들에게 무언가 다사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스승은 우러러 볼수록 더욱 높아지시고, 깊이 천착하면 천착할수록 더욱 굳어지시며, 앞에 계신 듯이 보이다가 홀연 뒤에 계신다. 스승께서는 진실되이 사람을 잘 권유하시어 나를 학문으로 넓히시고, 나를 예절로 단속하신다. 학문을 그만두려고 하나 그만둘 수 없고, 이미 내 재능을 다하여 보았으나 우뚝 서 있는 듯하여, 비록 따르려고 하나 말미암을 수 없을 뿐이다.' (「논어」 '자한편(子罕篇)')

 

모두 20세기를 살다간 마음의 스승들. 익산 출생인 가람 선생을 비롯해 전북에서는 완주 출생 석전 박한영 선생(1870∼1948), 장수 출생 건재 정인승 선생(1897∼1986), 옥구 출생 무돌 김선기 선생(1907∼1992)이 실렸다. 친일한 육당 최남선이 찾아오자 "육당이라! 내가 알던 육당은 이미 죽은 지가 오래 됐는데…."라며 외면했던 박한영 선생, 국어사전 편찬에 일생을 바친 정인승 선생,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한 김선기 선생은 이 땅에서 태어나 큰 삶을 살았던 스승들이다.

 

글을 쓴 필진들 또한 우리에게는 스승으로 존재하는 학계 원로들. 스승의 스승을 만나는 일은 고담하지만 절절한 그리움으로, 감동적이다.

 

"책상에 앉아 책만 들여다본다고 앎이 있는 게 아니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과 새 우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해야 하네." (석전 박한영 선생)

 

시험을 위해서만 선생을 바라보는 슬픈 오늘의 모습 속에서, 옛 스승이 그리워진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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