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巫具, 그 영험함 뒤에 숨겨진 비밀…

국립문화재연구소, '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巫具' 펴내…전북·전남·제주지역 조사

전통적으로 세습무 활동이 활발했던 전북. 지금은 소수만이 남아 있지만, 전북 무속의 지속적 전통은 세습무의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굿 예인 뿐만 아니라 판소리, 농악, 산조, 줄타기 등의 명인명창들이 많이 배출돼 세습무계는 전통예술 전승의 요람 역할을 했다.

 

그동안 무속 분야 연구가 굿으로 대표되는 의례와 이를 행하는 무당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무속을 구성하는 여러 분야에 대한 보다 세분화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종이무구 제작모습. ([email protected])

 

신칼로 넋을 올리는 모습. ([email protected])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전북지역 무속의례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한 방법으로 무구(巫具)의 현재적 양상을 기록, 「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巫具」(민속원)를 펴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3년부터 진행해 온 전통기능·예능조사사업의 마지막 성과물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전북을 비롯 전남과 제주도 무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무구는 무당이 굿을 할 때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여러가지 도구를 가리키는 말. 화려한 색채로 여러 신령을 그린 무신도와 각 굿거리마다 무당이 입는 다채로운 무복은 그 자체로도 신령을 의미한다. 방울을 흔들어 신령을 청하고, 무거운 제물을 세우며 신령의 영험을 드러내고, 굿거리 마지막에는 신칼을 바닥에 던져 그 모양으로 신의 뜻을 점치기도 한다. 이처럼 무구는 무속의례의 각 과정을 진행하고 이해하는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령과 무당, 굿에 참여한 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전북지역 무구 조사는 무속의 전승 현황을 파악하고, 전북을 대표할 만한 제보자를 선정해서 의례를 관찰하고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상은 전북도지정 문화재인 전금순(호남당골굿 보유자) 최갑선(전북앉은굿 보유자) 하진순(호남넋풀이굿 보유자) 양옥순씨(호남당골굿 전수조교)와 최예님 안병채씨 등 입무 과정이나 학습과정이 분명하고 경력이 풍부해 정통성이 인정되는 무당들. 전북지역은 종이무구가 주를 이루며 생활도구가 무구로 일시적으로 전용된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조사 및 집필을 맡은 이경엽(목포대 교수)·최진아(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수료)씨는 "현재 전북지역은 정통적으로 활동하던 세습무와 오랜 학습을 통해 무업에 입문하는 법사들의 숫자 감소로 인해, 이 틈을 강신보살들이 메우고 있다"며 "강신보살들은 세습무 의례를 학습해 행하지만, 자신의 신의 신력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 강신무들이 사용하는 무구들을 구매해 의례에 사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대체로 무구가 표준화되고 일반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사회상의 변화로 인한 무속의 변화양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 무구는 무당이 굿을 할 때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여러가지 도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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