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인가, 63주년 광복절인가?
최근 정부와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건국 60년 기념행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광복회와 임시정부기념사업회, 14개 역사학회가 '건국절 변경 반대' 성명을 내는 등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식민지와 분단을 겪은 우리나라의 국가수립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정통성 문제와 이념대립 문제까지 가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건국 60주년 타당성 논쟁
건국 60주년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이승만 정권의 시발점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7월 24일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 8월 15일 국민경축 대행사 및 광복절을 기념하는 독립국가로써 대외적 선포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광복 63주년이 아닌 건국 60주년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박효종 교수는 "광복은 일제 치하로부터 해방된 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건국과는 다르다"며 "정부수립으로써 건국의 의미를 기억하고 새로운 정부 수립을 기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국'이 중요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에 국민적 차원에서 그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측은 "우리나라의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 '4·19 민주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4·19혁명에 의해 거부당한 독재정권, 임시정부에 의해 탄핵받은 이승만 정권을 부각시켜 건국 운운하는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훼손하고 헌법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48년 건국을 강조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이승만이 건국대통령이 되고, 결국 이승만 대통령을 미화하게 된다는 논리다.
이에대해 건국절 찬성론 측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독재정치를 했다는 점에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건국을 구상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차원에서 건국을 조망하는 것이라며 "특정인물을 영웅시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정부가 건국 60년 행사를 위해 위원회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광복절과 겹치는 정부수립일 명칭을 변경할 목적으로 할 경우 뭔가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회나 국민의 의견을 먼저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수십년 동안 광복절로 기려왔음에도 국민들의 여론이 종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건국절 위원회'를 만들어 많은 예산을 써가며 건국일을 제정 하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 건국 60주년이냐 89주년이냐
광복이 아닌 건국을 기린다고 하더라도 60주년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919년 3·1운동 이후 4월 11일에 수립된 상해임시정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1948년의 정부수립을 두고 '건국'이라고 한다면 1948년 이전의 역사가 부정되는 것 아니냐?"며 "이는 헌법이 규정한 대한민국의 근본이념인 3·1정신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1948년이 건국절이 된다면 1945년부터 1948년까지 3년의 역사는 어디로 갔냐"고 묻고 있다.
이에대해 건국절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상해임시정부는 망명정부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의 건국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사라진 3년'의 역사에 대해서는 광복후 해방공간 3년 동안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려고 노력했고 그 산고 끝에 결국 우리가 건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측에서는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되고 주권을 지켜가는 과정에서 전국 13도 대표들이 모여 임시정부를 만들었고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국체로 결정했다"며 "그럼에도 임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가."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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