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허무하다고 말하는 대상은 세월이 아니라, 인생을 뜻합니다. 세월은 오고 가거든요. 허무할 틈이 없어요. 시 쓰기 시작하면서 그 흐릿하고 허무했던 시선이 맑아지고 있습니다."
신재현씨(70·사진)가 두번째 시집 「세월이 머물다 간 자국」 (예원사)을 출간했다.
뒤늦게 시밭을 발견한 그는 학교와 집을 오가며 쳇바퀴 돌듯 보냈던 지난 40여년의 세월을 훑게 됐다.
'공수레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빈 손으로 갔다가 빈 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인생을 시(時)라는 큰 그릇에 담아 펼쳐보이게 된 것.
'저 산 모퉁이 냇가에 / 숫한 세월 삼켜버린 / 등 굽은 고목 한 그루 / (…) 몸체만 엉거주춤 / 회춘만을 기다리니 / 세월이 준 아픔 인가봐!' ('세월이 머물다 간 자국' 중에서)
그는 '등 굽은 고목 한 그루'를 자신으로 형상화했다. 세월이 준 아픔 뿐만 아니라 회춘을 기다리는 마음도 담았다. 우스갯소리로 나이가 들면 모든 사람들이 애가 되더라는 말을 덧붙였다.
늘 마주치는 일상들을 시세계로 확장시켜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동지섣달 긴긴 밤 / 밤과 낮 사이에는 / 그 누가 살고 있나요 / (…) 밤하늘을 걷고 있는 달 / 총총 빛나는 별들은 / 언제쯤 졸고 있나요.' ('새벽녘' 중에서)
'유채 숲 거니는 연인들 / 짠 바람에 손뼉 치며 / 갈매기 떼 불러 모아 / 여기 저기 모이 주며 / 추억을 담는다.' ('모슬포 바닷가' 중에서)
새벽녘 밤하늘 별들과 대화하는가 하면, 유채꽃이 아름다운 모슬포 바닷가를 거닐며 아름다운 한 시절 추억을 담는 이들을 응시하기도 한다.
덜 익은 풋과일처럼 아직 익지 않은 시집을 냈다는데 두려움이 앞선다는 그는 "한 순간 한 생각을 그대로 놓치지 않는 시인의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군산 출신인 신씨는 지난 1999년 군산여고 교장 등 40여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시집 「저 기러기 떼 높이 나는데」 수필집 「설흔 일곱해 회상」 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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