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넷의 여생동안 목이 메이는 순간들이 많았다.
빨간색 아버지에 관한 기억, 텅 빈 집이 늘어만가는 시골의 스산한 풍경….
조기호 시인이 그런 아릿한 기억들 속에서 '따수운' 마음을 끄집어 내 시집 「아리운 이야기」 (오감도)를 펴냈다. 세월이 세월안 가슴을 들여다보듯 자신의 가슴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일은 아직도 어렵다는 그다.
최대한 쉽고 읽기 편하게 쓰기 위해 '발싸심한' 공을 들였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오다가다 바람결에 묻어온 아버지 소식 따라 미친 듯 찾아나선 어머니는 오늘도 아니 오시는데, 애비 에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기다리다 지친 제비새끼 닮은 주둥이만 다섯 개가 올망졸망 울다가 잠이 든다.' ( '아리운 이야기 - 10. 빨갱이네 집' 에서)
자신을 몸서리치게 했던 아버지의 색깔. 새삼스럽지만, 언젠가는 용서하고 화해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안다. 그리고 지문같은 나이테와 함께 그런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순리를 깨닫는다.
'놋날 같은 소나기가 / 한 자배기 / 목 놓아 울고 가고 / 말간 햇살 / 널 껴안을 때 / 정갈한 눈물이 났다.'
('난초일기 10'중에서)
지난해 선물받은 난초를 들여다보며 가슴 속에 오롯히 키웠던 난초 이야기도 들춘다.
"어느 날엔 춤도 추고, 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엔 슬픈 편지도 가져다 주더라고. 거기에 맞춰서 썼지."
앞으로도 그는 20권까지는 시집을 내고 싶다. 책갈피에 네잎 크로바를 끼워넣듯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되 독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절창을 쓰고프다.
"언어의 조탁을 위해 걸어가면서도 생각하고, 화장실 가면서도 생각합니다. 아내가 시집을 읽어보더니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깜냥에 발버둥을 쳐왔는데도 아직도 어린아이 첫걸음이란 생각이 듭니다."
조씨는 전북 문인협회 3·4대 회장, 전주 풍물시동인회 초대회장과 전북문인협회 이사등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묵화 치는 새」「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 등 다수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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