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문학] 책 홍수속 반갑다! 희귀한 희곡집

극작가 최기우씨 '상봉' 전국연극제 수상작등 담아

그는 늘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컴퓨터가 놓여있는 책상 서랍 속에는 다름 아닌 재떨이가 들어있으며, 한 번 의자에 앉으면 밤을 꼬박 지새우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자판기'라고 했지만, 그 속에 비꼬는 의미는 조금도 담겨있지 않다. 그 역시 스스로를 '글쓰기 노동자'라고 말하곤 했으며, 잠시라도 그 옆에 있어본다면 그가 얼마나 '열심히' 글을 쓰는 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로 출발했지만, 극작가로서 더욱 단단하게 뿌리 내린 최기우씨(35). 그가 희곡집 「상봉」(연극과인간)을 펴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권의 책이 쏟아지지만 희곡집은 드문 세상. 참 반가운 책이다.

 

"연극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희곡을 쓸 거란 생각은 못했죠. 형제처럼 지내던 배우가 창작극 하나 써달라길래 얼떨결에 쓴 작품(귀싸대기를 쳐라)이 희곡 데뷔작이었죠. '캐라'도 있다는 말에 돈이 급해서 썼어요. 무작정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뻔뻔한 캐라'를 받으며 쓰고 있습니다."

 

최씨는 "희곡작가가 많지 않은 탓에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작품이 적지 않지만, 되돌아보니 성기지 못한 문장이 많은 것 같다"며 "쓰는 작품마다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건 대단히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첫 작품집에 담은 희곡은 모두 6편. 첫 작품이었던 '귀싸대기를 쳐라'(2001)를 비롯해 '상봉'(2003), '정으래비'(2004), '신, 태평천하'(2005), '가인 박동화'(2006), '여자, 서른'(2008)이다.

 

희곡집에 '상봉'을 내세운 것은 애정을 가장 많이 기울였기 때문. 무대를 올릴 때마다 사이사이 쪽대본도 써주고 성질도 내고 기운도 북돋아주면서 함께 완성시켰다. 그래서 상을 탔나싶기도 하다. '상봉'은 2003년 '전북연극제'와 '전국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비롯해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연출상, 연기상까지 수상했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안고 사는 두 가정을 통해 비전향장기수와 탈북자라는 시대의 아픈 코드가 함께 섞여 있는 이 작품은 최씨가 2000년 미전향장기수 63명이 판문점을 통과해 북녘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구상한 것으로, 사회를 향한 강한 메시지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분명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혁명적 사상가 정여립을 담은 '정으래비'는 정여립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중심에는 민중이 서있다. 이 작품에 대해 최씨는 역사적 진실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신, 태평천하'는 구도심의 외롭고도 씁쓸한 풍경으로 판소리 도창과 탈놀이 등 다양한 형식이 한 데 어우러지도록 했으며, '가인 박동화'는 지역 연극인들이 힘을 모아 '전북연극의 산파' 박동화를 조명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가장 최근작인 모노드라마 '여자, 서른'은 배우의 간드러지는 말 한마디에 무작정 시작된 작품이었지만, '최기우의 서른'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사전 조사에 시간을 많이 쏟지 정작 작품을 쓰는 시간은 짧아요. 이후에는 작가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글을 씁니다. 내가 희곡을 쓸 때의 감정을 다시 무대에서 살릴 수 있을까라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희곡은 극작가와 연출가, 배우가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지원금을 받고 머뭇거린 게 3년. 올해 목표는 장가가는 것과 노는 일이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희곡집으로 한 해의 끝에서 이렇게 매듭 하나 지었다.

 

최씨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전북일보사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도휘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부尹대통령, 6시간만에 계엄 해제 선언…"계엄군 철수"

정부尹대통령 "국무회의 통해 계엄 해제할 것"

국회·정당우의장 "국회가 최후의 보루임을 확인…헌정질서 지켜낼 것"

국회·정당추경호 "일련의 사태 유감…계엄선포, 뉴스 보고 알았다"

국회·정당비상계엄 선포→계엄군 포고령→국회 해제요구…긴박했던 1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