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어진 눈매 / 하늘만한 그리움 / 다시금 새로워 / 굵어진 빗방울은 / 담고 가신 / 님의 피울음 인가요 / (…) 오, 나의 친정아버님.' ('뻐꾸기'중에서)
약 한 첩 못 써보고 떠내보낸 아버지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침묵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슴팍에 고여있던 눈물이 쏟아진다.
배순금씨(60·사진)가 첫 시집 「사각지대」 (들꽃)를 펴냈다.
그의 시는 긴 호흡과 그리움의 정서가 주를 이루는 게 특징. 그리움의 언덕을 넘어 사랑의 정원을 찾아 나서는 여정, 떠나간 부모에 대한 애잔함과 애달픔이 편편마다 깃들어 있다.
자식을 장성시키고 난 뒤 찾아오는 공허함, 고독의 맛도 깊게 만난다.
그것은 '허탈한 웃음'이거나 그믐달로 형상화된 서러움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목 비틀리는 죽임을 눈치 보며 뱅글뱅글 돌아도 나갈 데는 더욱 없다.'
('사각지대' 중에서)
지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운명이 정한 길을 따라 순응하는 존재에 대한 우화적인 깨우침을 담은 시도 있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그는 앞으로 그리움이 아닌 한 평이한 일상을 형상화해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훌훌 털어내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비로소 인생의 짐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여유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익산 이리 마한초등학교에 재직중인 배씨는 1991년 「한국시」 로 등단했으며, '한국시 신인상'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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