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익산에서 스쿠터를 타고 커피전문점인 전주 스타벅스 매장으로 출근하는 김성진씨(24).
'놀면서 일하자'가 신조인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패스'하고 대학만 네 번 옮긴, '별종' 바리스타(barista)다. 언뜻 당돌해 보이는 그가 커피를 만드는 이유는 의외로 소박(?)했다.
"손님한테 커피를 내주며, 밝은 모습 한 번 더 보고 싶어서요."
전주에 오기 전 스타벅스 서울 역삼동 예지점에서 일했던 그는 2004년 겨울 처음 커피에 '미쳤다'.
"처음엔 주변에서 다 반대했어요. 남자가 커피 탄다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하면'다방 커피'가 먼저 떠오르던 시대. 우리나라에서 바리스타란 직업은 그 이름만큼이나 낯선 것이었다. '사내대장부'가 하기엔 다소 경망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태껏 버틸 수 있었던 건 "바리스타는 '커피 전문가'"라는 믿음 때문이다.
바리스타는 커피 제조에서부터 손님에게 커피를 건네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6개월을 하든 5년을 하든 '아르바이트' 취급을 한다.
"업주들은 최고 재료를 쓰는데 왜 손님이 없냐며 바리스타 실력을 탓하지만, 알고보면 업주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인식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바리스타가 5년 넘게 일해서 매니저급이 돼도 150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죠."
"바리스타는 마인드가 먼저고 기술은 그 다음"이라고 여기는 그는 "커피 맛은 바리스타가 얼마나 커피 머신과 재료를 청결하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했다.
"예전 모 업체에 갔다가 하루종일 청소만 해주고 그만뒀어요. 껍질 벗긴 과일을 이틀, 사흘 뒤까지 쓴다고 생각해 봐요. 양심상 같이 일 못하죠."
그는 일본 만화 '바텐더'를 인용, 최고의 서비스를 설명했다. "처음 온 손님은 단골처럼 대하고, 두 번째 온 손님은 친구처럼 대하고, 세 번째 온 손님은 가족처럼 대하라".
"바리스타는 나이로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산다"고 믿는 그는 "바(bar)에서 앞치마만 두르면, 그 전에 감기가 걸렸든 우울한 일이 있었든 사람이 180도 바뀐다"고 말했다.
문득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평가하는 '길다방' 커피맛이 궁금했다.
"자판기 커피요? 아트(art)죠.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하나 반. 우리나라에 커피를 보급한 일등공신이죠. 300원짜리 커피가 주는 행복 그거 무시 못해요."
그는 "때로는 자판기 커피나 편의점 와인이 아무 '직업 의식' 없는 바리스타나 바텐더가 만들어주는 그것보다 더 맛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그의 꿈은 '2009 코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 코엑스에서 '카페쇼'와 함께 열리는 이 대회는 예선이 8월, 본선이 11월께 있다.
그는 "심사위원들 기준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면서도, "평가 방식을 하나로 정한 건 아쉽지만, 대회 도전이라는 목표가 있으면 게으름 피우고 싶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커피를 만드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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