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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나무도, 풀도 아닌 계층 - 김승일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미국의 한 금융회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전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몰아 닥쳤다. 연못에 작은 돌멩이 한개를 던지자 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꼴이다. 매일 들리는 소식은 세계적인 기업의 파산위기, 주가폭락, 국가적 신용경색, 실직 실업사태등 우울한 뉴스뿐이다. 신문을 펼쳐 들거나 텔레비전을 켜면 또 무슨 힘든 소식이 들려올지 지레 걱정부터 들 지경이다. 우리라고 다를바 없다. 아니 더 위태위태하고 불안하다. 한 때 반짝 오름세를 보이던 주가나 환율이 곤두박질 치기 바쁘다. 새 경제팀이 이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설마 지금 감옥에 갇힌 미네르바의 위기전망이 적중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와 기업이 추경예산 편성, 구조조정, 임금인상 자제, 일자리 나누기 등 여러 위기극복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피부에 와닿는 현책(賢策)들은 기대난이다. 오히려 장기 불황과 실업 실직 사태로 서민생활의 주름살은 나날이 깊어만 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생계유지 자체가 힘든 서민들의 삶은 IMF 위기 상황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그래서 나온다. 상가마다 문닫는 점포가 늘어나고 거리에 실업자와 실직자가 넘쳐나고 노숙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가 이를 반증하고 있지 않은가.

 

사회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이럴때일수록 증산층이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어려워도 참고 견디며 경제회생의 돌파구 마련에 힘을 보탤수 있다. 그런데 IMF이후 줄어들기 시작한 증산층은 지금의 경제위기 와중에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전국민의 10%에 가까운 4백만명 정도가 준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숫자다. 문제는 바로 준빈곤층이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박탈감을 키워 온 이들은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여전히 호의호식하면서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막연한 적개심이나 증오심이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될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회학자들은 아예 최극빈층으로 분류돼 정부가 기초생활을 보장해주는 계층보다 한단계 높은 차상위 계층의 보호가 복지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라고 분석한다. 차상위 계층을 정의하기란 꽤 미묘하다. 당장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하진 않지만 품위있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재화가 부족한 사람, 근로능력이 있지만 마땅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구할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나 있는 사람들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계층은 특히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으므로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는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체면유지와 가난의 악순환에서 고통받고 있다. 마침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이 계층에 대한 복지에 각별한 배려를 한다고 한다. 기대해 볼만 하다. 나무도 아니면서, 풀도 아니면서 이리 베이고 저리 밟히는 준빈곤계층에도 사회적 관심은 절실한때다.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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