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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정약용의 의학서 '마과회통' 완역

조선의 백과사전적 지식인이었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은 1798년 주목할 만한 의학서를 완성했다.

 

마과회통(麻科會通)이라 불리는 이 책은 마진서(痲疹書)를 비롯한 중국 의서와 임신방(壬申方) 등 조선의 의서를 종합 분석한 '의학' 백과사전이었다.

 

천연두와 홍역과 관련된 청과 조선의 의술을 총망라한 기념비적인 저작이었다. 하지만 마과회통은 역사 속에 묻힐 뻔했다. 책이 완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약용이 '신유사옥'(1801년)으로 오랜 귀향길에 오르면서 세간의 조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도 일대에서 이 책의 치료법으로 효험을 보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귀중한 의학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조선의 18-19세기 의학 수준을 대변하는 마과회통(현대실학사 펴냄)이 한글로 처음 완역돼 출간됐다. 여유당전서 제7집에 실려 있는 마과회통은 모두 12권이나 된다. 한글로 옮겨도 족히 5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이다. 홍역이나 천연두의 발병 원인부터 치료방법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다.

 

번역은 정해렴 현대실학사 대표와,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 안상우 한국학의학연구원 전통의학정보연구본부 문헌연구센터장이 했다.

 

정 대표는 1997년 창작과 비평사(창비) 퇴사 후 지난 12년간 '다산문학선'(1998), 역주 흠흠신서(2000) 등 다산의 저서만 20권을 번역한 다산 전문가.

 

3년 간에 걸쳐 마과회통을 역주한 정 대표는 "중국이나 일본에도 당시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의학 백과사전은 없었다"며 "마과회통은 동아시아 의학서의 보고"라고 소개했다.

 

책 앞머리에서는 대학자지만 겸손함을 잃지 않았던 정약용의 격조 있는 풍모도 엿볼 수 있다.

 

정약용은 서문에서 "내가 본디 의약에 어두워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잘 가려내지 못하여 소오줌이나 말똥과 같은 가치없는 것도 모두 수록함을 면치 못했다"고 밝힌다.

 

정 대표는 "의학론적으로 맞지 않더라도 해당되는 것은 참고하라는 말이며 대학자의 겸손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구절"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에는 마과회통 이외에도 모두 50여쪽에 이르는 다산의 의학론도 부록으로 수록됐다.

 

64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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