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세월이 번개처럼 지나, 꿈과 청춘의 상징이었던 하늘의 사나이 빨간마후라가 금년으로 60돌을 맞게 되었다. 오늘이 있기까지는 하늘에서 피고 진 수많은 애국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대한민국 공군의 효시는 독립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 상해 임시정부의 군무총장이었던 노백린 장군은 '앞으로 전쟁의 승리는 하늘을 지배하는 자에게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미국에 독립군 비행사 양성소를 설립, 60여명의 한국인 비행사를 양성하였다. 1943년에는 광복군 참모차장 최용덕 장군이 공군설계위원회를 만들어 항일전쟁에 한국인 비행사를 공식 참전시키기 위해 분투하였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이들은 미 군정청을 상대로 항공부대 창설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 1948년 통위부 직할 항공부대가 창설 되었다. 이후 육군 항공군 사령부로 개편된 항공부대는 미군으로부터 L-4 연락기 10대를 인수,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 상공에서 전시비행을 하였고, 마침내 1949년 10월 1일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으로 대한민국 공군이 창군되었다.
그러나 당시 북한 공군이 야크기 100여대를 보유한 반면, 우리 공군은 정찰기 20대가 전부였다. 이에 애국기 헌납운동을 벌여 모금한 3억5천만 원으로 캐나다로부터 T-6 항공기 10대를 구입해 건국기라 명명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6·25전쟁이 터지자 단 한 대의 전투기도 없었던 우리 공군은 정찰기를 총동원해 맨손으로 폭탄과 수류탄을 투하하며 용감하게 싸웠다. 이후 대구로 이전한 우리 공군은 맥아더 원수에게 요청해 F-51 전투기 10대를 인수, 바로 출격을 개시하게 된다.
한편 중국의 참전으로 전쟁이 장기화되자, 유일한 수송로였던 대동강 승호리 철교 파괴가 당시 유엔군의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그러나 막강한 적의 방공포로 500여회에 걸친 출격에도 이를 파괴하지 못하자, 우리 공군이 이 임무를 맡게 된다. 강릉에 기지를 둔 우리 공군은 미군 교리에 따른 급강하 공격으로는 이 철교를 폭파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에 윤응렬 대위가 이끄는 6기의 F-51 편대가 생명을 내건 초저공비행을 감행해 승호리 철도를 폭파하였다. 이렇게 대한민국 공군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투혼과 용기로 하늘을 지키는 용맹스런 군대로 발전하였다.
6·25전쟁 이후 우리 공군은 1955년 F-86 세이버를 도입해 제트기 시대를 열었고, 1965년에는 F-5 초음속 전투기를 도입하였으며, 1969년에는 자주국방 정책에 따라 F-4팬텀 전폭기를 도입함으로써 공격 무기체계로 전환하게 되었다. 1986년에는 첨단 F-16 전투기를 도입, 이후 이를 국내에서 생산배치하게 된다. 그리고 2005년 T-50 최첨단 전투훈련기를 국내에서 개발해 자주공군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이로써 1천여명의 인원과 경항공기 20대로 시작한 대한민국 공군은 창군 60년 만에 7만 명의 인원과 800여대에 이르는 최첨단 항공기를 보유한 세계 8위의 정예 공군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60돌을 맞는 우리 공군은 이제 하늘뿐만 아니라 우주에서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항공우주군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21세기는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미 정찰, 감시, 통신, 위치추적 등 주요 군작전이 우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스타워즈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의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북미방공사령부는 우주궤도의 10㎝ 이상인 모든 물체를 추적하고 있으며, 소수 정예군을 지향하는 이스라엘은 공군이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2007년 위성 요격미사일을 우주에 발사하는 등 우주작전에 대비하고 있으며, 일본은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4기의 정찰 위성을 확보한데 이어, 이번 대포동 2호 발사를 계기로 탄도탄에 대한 우주 감시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탄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발사조차 조기에 탐지할 수 없다. 우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은 우리 공군의 임무다. '"하늘로! 우주로! 미래로!'라는 공군의 구호처럼 대한공군도 이제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
/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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