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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한예종 성격과 지위가 핵심 쟁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논란은 문화부가 한예종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부당한 기금 관리, 부적절한 학사 운영, 입시 관리 규정 미비 등을 적발했다고 밝힌 지난주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황지우 한예종 총장이 '표적감사'라고 반발하며 사표를 제출해 불에 기름을 붓듯 논란이 뜨거워졌다.

 

게다가 한예종 교수들도 25일 문화부 감사 결과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관련 교수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교수 143명 전원의 명의로 채택하고 한예종 학생들 역시 지난 2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논란의 근본 원인= 이처럼 한예종 감사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근본 원인은 한예종의 성격과 지위에 대한 논쟁으로 귀착된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1993년 음악원 개원을 필두로 연극원, 무용원, 영상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등 6개원과 협동과정 체제를 구축한 한예종은 당초 실기 중심 교육을 통해 예술전문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고등교육법상 '각종학교'로 분류되는 까닭에 한예종은 대학과 대학원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교육과정도 예술실기 전공과목 위주로 편성됐다.

 

현재 대학 과정에 상당하는 한예종의 교육 과정은 예술사과정, 대학원 과정에 상당하는 교육 과정은 예술전문사과정으로 불린다.

 

하지만 한예종은 실질적으로 실기교육과 더불어 이론 교육을 병행하고, 황지우 총장 체제에서 인접 분야 학문을 묶는 '통섭 교육'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사실상 대학과 대학원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문화부가 감사를 통해 한예종이 실기 중심 교육기관이라는 학교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이론학과를 확대해 왔고, 학제간 교육을 위해 도입된 일부 협동과정도 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론학과 축소, 통섭 사업 중단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예종의 위기 의식이 고조된 것이다.

 

한예종 교수들이 25일 내놓은 결의문에서 "문화부의 감사는 통상적인 감사 수준을 크게 넘어서 학과의 폐지, 축소를 지시하는 등 대학의 자율적인 교수 및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나 학생 비대위가 이론학과 축소 등을 가져올 학제 개편안을 막아낼 것이라고 천명한 것 등은 이런 의식을 반영한다.

 

◆ 한예종 입장은= 한예종 구성원들은 이론교육이 없는 예술교육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채원 한예종 교수협의회 의장은 26일 "이론 교과 과정에 대한 명시가 본교의 설치령과 학칙에 분명히 들어있다"며 "한예종이 실기 전문 교육 기관이므로 이론학과를 폐지하거나 혹은 필요한 이론 교과 교육을 외부 강사진에 맡겨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 제2조 1항은 "'예술사과정'이라 함은 예술실기 및 예술이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대학과정에 상당하는 교육과정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예종 구성원들은 또한 문화부의 통섭 사업 중단 처분과 관련해서는 "협동과정은 예술의 융복합 시대에 필수적인 교육과정"이라며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이 배체된 채 한정된 감사 처분만으로 학교의 존폐를 좌우하려는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채원 교수는 "25일 문화부에 제출한 교수 결의문을 통해 한예종은 본교의 정체성과 위상을 악의적으로 흔드는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나갈 것임을 천명했다"면서 앞으로 교권 단체와 연대한 교권 수호 운동,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사태의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부의 입장은= 문화부는 이번 감사가 일부에서 제기하는 표적감사라는 지적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들어 전반적인 학사 운영 및 제도적인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차원에서 다른 산하기관들과 마찬가지로 폭넓게 감사를 진행했을 뿐이며 산하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종합감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예를 들면 허가를 받지 않은 해외여행, 영수증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진전 등 황지우 총장에 대해 지적된 사항 등은 부실한 회계 및 학사 관리를 문제 삼은 것이고 이론과 축소.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등 제도 개선 요구는 학교 설립 취지에 맞지 않은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화부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그동안 잘못 진행된 회계 및 학사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개선을 요구한 것"이라며 "당초 학교 설립 취지와는 어긋나게 이론 교육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실기 교육이 위축된데 따른 내부의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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