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충분히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해고해야 한다." 워너브러더스의 전 회장인 스티브 로스의 말이다.
"실패는 과거보다 더 현명하게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준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말이다.
IBM에 1000만 달러의 손해를 입힌 관리자가 "사직서를 내야겠지요?"라고 묻자, IBM의 창업주이자 CEO인 토머스 왓슨은 "농담하지 마시오. 우리는 당신을 교육하는 데 1000만 달러를 썼단 말이오."라고 말했다고 한다.(178~180쪽)
"성공은 반복되는 실패와 자기 반성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혼다 자동차를 창업한 혼다 소이치로의 말이다. 그는 "실제로 성공이란 일의 99퍼센트를 차지하는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1퍼센트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177쪽) 우리는 혹 99퍼센트를 성공으로 보고 1퍼센트를 실패로 보는 건 아닐까? 실패는 은폐되고 성공은 과장되게 알려지는 바람에 그런 착각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실수를 계속 저지르는 것이다." 넷스케이프의 공동 창업주인 마크 안드레센이 새로 만든 기업 라우드클라우드의 목표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실수를 계속 저지르는 것"이라는 점이다.(181쪽) 그래야 배움이 있고 얻는 게 있으리라.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영학자 로버트 서튼(Robert I. Sutton)의 「역발상의 법칙」(오성호 옮김, 황금가지, 2003)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실수 예찬론'을 펴고 있다. 물론 배움이 있는 실수다. 서튼은 이렇게 말한다.
"성공한 사람에게만 상을 내리면 직원들이 선뜻 나서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다. 해당 기업이나 업계가 아닌 외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해 테스트해 보고 기존 아이디어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보고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혼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면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178~179쪽)
여기서 왜 갑자기 공무원이 생각나는 걸까? 무사안일주의와 보신주의의 대명사로 불리기 때문일까? 그러나 공무원을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평가 시스템이다. 배움이 있는 실수를 장려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조그마한 실수라도 응징하는 시스템하에서 누가 미쳤다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려고 하겠는가. 평가 시스템을 바꿔야 사람이 바뀌지, 그 반대는 성립되기 어렵다.
우리는 말로는 곧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고 외친다. 이건 애플컴퓨터의 모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어떤가? 서튼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러 기업에서 말로는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떠들어 대면서 실제로 그렇게 하는 직원들은 무시하거나 심지어 해고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며 "진정으로 남다른 아이디어가 나올 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다면, 아무리 황당해도 아이디어에 대한 조롱이나 비방은 모두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227쪽)
특히 왕따 문화가 발달한 문화에서 역발상은 가능하지 않다. 이는 정치사회적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분위기가 소용돌이를 형성해 전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 이단적인 견해는 몰매맞기 십상이다. 이 때엔 여론조사라는 것도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런 획일적인 분위기의 반영에 불과할테니까 말이다.
기업의 소비자 조사도 다를 게 없다. 소비자의 뜻이란 무엇인가? 그건 존중해야 마땅한 것이지만 그것만 좇다간 혁신을 놓치게 된다. 혁신은 종종 소비자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제시하는 데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IT업체인 3Com의 창업주 밥 멧캘프는 그 원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교훈은 어떤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귀를 기울인 후에도 반드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해 줄 필요는 없다. 다음 상품이 나올 때, 그때 소비자들이 구매할 만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개발이 다 끝나고 막 출시하려는 시점에서 소비자가 '흠, 이게 작년에 나왔으면 샀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지도 모른다."(241쪽)
늘 그런 건 아닐망정, 혁신은 어느 정도의 고독과 고립을 필요로 한다. 서튼은 "혁신을 가능하게 하려면 창조적 인재들을 외부인으로부터 보호하고 때로는 고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250쪽) 인구밀도가 높고 인간관계가 끈끈한 사회에선 그만큼 창의적인 발상이 나오기가 어려운 걸까? 한번쯤 고민해 볼 만한 의제다.
의도된 모호함은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연성을 잃을 수도 있고 너무 경직된 코스를 밟을 수 있는 바, 전략적인 모호함은 유연성을 낳는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듣는 사람이 고통을 느낄 정도로 모호하게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말해야 나중에 운신의 폭이 생긴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정치인들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그들의 이런 모호함은 노선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모호함이 부족하면 변화가 더 어려워지고 변화를 시도하면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258쪽)
서튼이 제시한 '역발상 12법칙'은 모두 다 이런 식으로 발칙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①기업 코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문관'을 고용하라, ②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고용하라, ③필요 없는(혹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고용하라, ④면접에서는 사람을 보지 말고 아이디어를 보라, ⑤상사나 동료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은 굽히지 말라, ⑥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싸우게 하라, ⑦성공하든 실패하든 상을 주고, 나태한 사람은 처벌하라, ⑧실패할지도 모르는 결정을 내린 후 모두에게 분명히 성공한다는 확신을 주어라, ⑨말도 안 되는 것을 생각해내고 실행 계획을 세워라, ⑩돈에만 신경 쓰는 사람은 피하든지 딴청을 부려 지루하게 만들어라, ⑪당신이 직면한 문제를 이미 해결한 사람에게서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마라, ⑫과거, 특히 과거의 성공을 잊어라 등이다.
특히 '역발상 제11법칙'이 맹랑하다. 매우 과격한 주장이 아닌가. 우리가 즐겨쓰는 벤치마킹이란 게 뭔가? 그건 이미 문제를 해결한 사람에게서 배우려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걸 하지 말라? 서튼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의 예를 든다. 파인먼은 최근에 발표되는 논문을 읽지 않았고 대학원생들이 과거의 연구 결과를 참조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연구를 시작하면 꾸짖곤 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하면 '독창적인 그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나.(267~268쪽)
보통사람들이 어찌 그런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겠는가만서도 새겨 들을 점은 있다. 자꾸 남의 성공사례 중심으로 무슨 일을 하려다보면 새로운 '원조(元祖)'가 되기는 어려우리라. 그러나 한 단계 걸러서 들어야지, 이 '역발상 12법칙'을 곧이 곧대로 따라서 했다간 기업 말아먹기 쉽겠다. '혁신의 열쇠는 역발상'이라고 하는 대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생각하는 경영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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