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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힌두교 성지를 가다] ②근원 넘어선 신들의 땅

빙하위의 또 다른 세계, 타포반

시바 신의 상징인 쉬블링 밑에서 시바 신처럼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정진하고 있는 수행자가 바위 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다. 진영록([email protected])

갠지스강의 근원, 고묵을 넘어선 곳. 해발 4225m에 자리한 거대한 강고뜨리 빙하는 바위 덩어리들만을 품고 있었다. 성스러운 강을 낳는 빙하는 그렇게 척박함으로 다가왔다. 집채만 한 바위로 이루어진 돌산 사이로 군데군데 얼음 덩어리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 이곳이 빙하 위임을 느끼게 할 뿐이다. 고도의 황량함은 걸음걸음마다 가쁜 숨을 몰아치게 한다. 그러다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위로 꼭짓점을 찍은 만년 설산들이 종교적인 성스러움과 엄숙함으로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돌산과 빙하, 척박함과 경건함, 그 모든 것들과 융화되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발걸음은 강을 거슬러 발원지를 찾아 오르는 길만큼이나 자신의 근원에 회귀하는 길이다. 24km에 달하는 빙하 속에서 품어진 강의 근원처럼 시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상류와 비밀스럽게 만나는 길이다.

 

고묵에서 타포반까지는 5km. 강고뜨리 빙하 계곡의 끝자락, 설산과 설산 사이를 잇는 깊은 주름은 경사 60도 정도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으로 깎아내려져 앞서 가는 사람이 돌을 잘못 밟기만 해도 우르르 무너질 듯한 위험한 지형을 자아냈다. 근원을 넘어선 곳, 신화속의 신들이 살고 있는 땅은 호락호락한 접근을 거부했다. 초목이 없어 산소가 더욱 희박한 고도. 바위덩어리의 가파른 절벽을 네발로 기다시피 오르는데도 몇 발짝을 떼기 힘들다. 지그재그로 난 바위길, 겨우 다섯 발짝을 떼고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길 2시간여. 마침내 하늘이 열렸다.

 

신들의 땅, 신화와 함께 하며 2000여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은 공간. 타포반.

 

줄지은 6천m급의 순수 백색 봉우리 사이에 잔뜩 웅크린 분지에 실개천이 흐르고 핑크빛 야생화가 활짝 핀 초지가 펼쳐진다. 도리어 깊은 저지대처럼 느껴지는 해발 4463m.

 

금욕과 고행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타파스를 행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타포반은 성지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정면에는 해발 6,543m의 쉬블링(Shivling), 오른쪽에는 6,600m의 메루(Meru), 왼쪽에는 6,940m 케나리나트(Kedarinath)와 6,831m의 케다르돔(Kedar Dome), 뒤로는 6,856m, 6,512m, 6,454m의 바기라티 I II III 연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숙연해진다. 강고뜨리에서 24km, 이틀간 꼬박 걸어 들어온 히말라야 첩첩산중. 히말라야의 신성은 만년 설산처럼 높고 커져 힌두교 최고의 신 시바의 링거(남성의 상징)라는 뜻의 쉬브링 앞에서 최절정에 달한다.

 

설산에 몰입된 자신은 내면 깊게 자리한 자아와 공명한다. 신화속의 신들이 살아 나온다. 주체와 객체가 무너지고 대상과 하나 된 자아, 그 자아 안에 감추어진 신성이 감응한다. 인도 베단타학파의 주요 가르침 중의 하나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네가 그것이다'(Tat twam asi).

 

진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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