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는다. 히말라야 첩첩산중, 만년설산이 병풍 치듯 휘돌아 가고, 불끈 치솟은 봉우리들 사이로 실타래 풀린 듯 가느다란 길이 이어진 곳을.
맨발로 걷는다. 울퉁불퉁한 바위를 품은 계곡, 천 길 낭떠러지 옆으로 빙하 속에서 품어져 나온 물을. 야생화와 고산초들이 촘촘히 들어 찬 초원지대를 맨발로 걸어 오른다.
낮이면 태양의 열기에 바짝 타들어 가는 듯한 몸을, 밤이면 얼음이 내려앉는 듯 얼어붙는 몸을 온통 떠맡긴 채 걷는다.
물통과 작은 배낭, 그리고 모포 한 장 달랑 걸치고 눈 덮인 산을 뒤로 한 채 걷는다.
인도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맨발로 걸었다. 1,000km가 넘는 길을 그렇게 걸었다.
'브라트 야뜨라'. 인도 전역을 오로지 걸음으로써 속세를 버리고 자신 내면의 신성과 함께 하는 순례의 길. 2008년 1월. 남인도 타밀나두주 라미쉬와람을 출발해 델리, 하리드와르, 강고뜨리를 거쳐 타포반까지 왔다. 500여일의 순례길이었다.
타포반 아쉬람의 이른 아침. 강가의 근원을 넘어선 성지의 물, 갠지스의 성수를 정성껏 담는다. 밀랍으로 봉하고 붉은색 천으로 포장한 뒤 성수 인수식을 갖는다. 그리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타밀나두주 라미쉬와람의 한 아쉬람 신상에 성수를 뿌리는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서다. 두 달 동안 바드리나뜨, 께다르나트, 야무노뜨리 등 4대 성지를 순례하는 '짜르담'도 함께 하며. 2011년 1월 도착 예정이다.
신에게 삶을 바친 사람. 인간과 신의 중간 단계에 있는 산자야시 스와미지와 이를 따르는 묵언 수행자 3명. 수직 절벽에 가까운 해발 4400m의 돌산을 맨발로 내려가면서도 만뜨라를 읖조리며 화사한 미소를 잃지 않는 이들은 그렇게 신과 하나가 되며 내면 깊은 곳의 신성과 함께 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한 1박2일의 여정은 또 다른 세계의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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