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침대 밑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사는 곳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상상에 빠진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세상이 여러 빛깔의 색이 어우러진 그림의 세계라면 어떨까?
'난 분홍색이 싫어', '10일간의 보물찾기' 등을 선보여온 동화작가 권재원 씨의 '침대 밑 그림여행'(창비 펴냄)은 어린이에게 미술의 세계를 꿈처럼 펼쳐 보여주는 책이다.
개구쟁이 그림이가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가 마르크 샤갈과 페르난도 보테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빈센트 반 고흐, 조르조 데 키리코, 오귀스트 로댕, 윤두서, 에드바르 뭉크, 호안 미로, 앙리 마티스의 그림과 그 속의 주인공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이는 파란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우아하게 생긴 아줌마를 만난다. 아줌마의 손을 잡고 빛을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노란 하늘과 태양이 있는 올리브 숲이 나타나고,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표정으로 밀짚모자를 쓴 아저씨가 그림이를 돌아본다.
그림이는 뾰족한 수염을 기른 호랑이 할아버지 때문에 놀라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가거나 엉덩이가 크고 팔다리가 토실토실한 발레리나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며, 검푸른 물결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얼굴을 감싸쥔 채 절규하는 사람과 함께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강렬한 색채나 모호한 형상으로 인간과 사물을 표현한 명화들은 어린이의 눈에 이상하고 낯설어 보일 수 있지만, 명화들을 단순하게 지면에 옮기지 않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그림으로 재탄생시켜 흥미를 높인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에 정해진 방법이 있지 않다"며 "개구쟁이 꼬마 친구 그림이를 따라가면서 화가들의 마음과 생각을 마음껏 상상해 보라"고 권한다.
4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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