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언론관계법을 바꿔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대형 미디어그룹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선언은 격심한 찬반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같은 해 10월 인쇄매체국민회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국민회의는 100여 차례의 토론 끝에 올 초 이른바 '미뇽보고서'를 제출했다. 핵심은 '신문산업 진흥을 위해 신·방 겸영 확대가 아닌, 좀더 적극적인 국가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프랑스는 이전에도 해마다 총 인쇄매체 산업매출액의 8%를 국가가 지원해 왔다.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문산업 육성을 위해 광범위한 지원제도를 실시해 왔다. 스웨덴 프랑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는 '디지털화 추진 지원 지원금' 등의 직접지원을, 미국 영국 독일은 '신문제작 보조금' 등의 간접지원 제도를 두고 있다. 이같은 서구 선진국 지원제도의 특징은 '여론 다양성 확보'를 위해 시장지배적 신문을 제외한 중소신문과 지역신문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신문지원 정책은 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2005년 '신문법'이 재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같은 신문지원이 '언론 자유 침해'라는 조중동 등 독과점신문들의 격렬한 반대와 견제로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신문지원은 아예 몇몇 독과점 특정매체를 위한 지원으로 변질되고 왜곡되고 있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 조성'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제정된 '지역신문발전법'의 경우 두차례나 기금이 삭감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핵심사업들의 예산이 전액 또는 부분 삭감됐다.
'독자 신뢰도·만족도 상승'등의 효과를 토대로 6년 한시법인 지역신문법을 일반법 내지는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사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이 연달아 개정안을 냈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청원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주도 속에 법안 발의 1개월여 만인 지난 4월 국회에서 특별법이 일반법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는 앞으로 매년 3백억원 정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지역신문 모두에게 해당되는 지역신문법에 대해서는 특별법이 일반법으로 전환된 사례가 없다는 등을 이유로 들며 손사례를 치던 정부가 특정매체를 위한 뉴스통신진흥법은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이다.
여타 신문지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정권때 신문지원을 반대했던 조중동이 최근 신문협회 등을 통해 입장을 바꾸자 문광부도 태도를 바꾼 것이다. 문광부는 지역신문기금 중 '소외계층구독료 지원 및 NIE지원'을 전액 내지 대폭 삭감했다. 반면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4월 중순 내놓은 정부 예산으로 전국 11만여개의 중·고등학교에 한 학급당 4종의 신문을 보급하겠다는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NIE 지원'이나 '신문보급'은 크게 다른 사안이 아니다. '신문보급'이 조중동 등 특정신문들이 대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인 반면, 'NIE 지원'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두드러질 뿐이다.
신문지원의 하나로 진행돼 온 정부광고의 경우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동아일보가 433%(총 9억3천476만원), 조선일보가 410%, 중앙일보가 160% 늘었다. 반면 지역일간지 비율은 6.4%에서 절반에 가까운 3.5%로 줄었다. 문광부는 한발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신문부수공사(ABC)를 받지 않은 신문에 대해서는 정부광고를 주지 않겠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또한 유가부수 인증기준을 구독료의 80%에서 50%까지 낮추겠다고 덧붙였다. 경품과 무가지로 유가부수를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고루 배분했던 기존 방식을 뒤짚고 부수를 기준으로 정부광고를 집행하겠다는 것은 특정신문에 대한 특혜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신문법 개정을 통해 신문지원 기준인 '여론 다양성'을 전면삭제했다. 또한 신문발전위원회를 심의기구로 전락시킨 뒤 사실상 문광부 장관이 임의적으로 신문지원 및 정책을 결정할수 있도록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관계자들은 "신문지원의 최대 목표는 여론 다양성 확대·강화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특정신문의 시장 독점을 더욱 심화시키며 지역일간지 등 중소신문들은 고사시키려는 잘못된 신문정책은 즉각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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