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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job는 당신] 헬스 트레이너 이철호씨

매달 보충제·닭가슴살 등 사는데 80만원 사용...동양인에는 드문 보디빌딩 '프로 카드' 획득이 꿈

중학교 때까지 너무 말라, 여름에도 긴 바지와 긴 팔만 입고 다녔던 '말라깽이 소년'은 어느 날 TV에 나오는 보디빌딩 선수들을 보고, '이거다' 싶어 곧바로 헬스장으로 달려 갔다.

 

11년 뒤 이 소년은 '2009 미스터 전북'에 선발됐다.

 

현역 보디빌더이면서 헬스 트레이너인 이철호 씨(28). 그는 "TV에 나오는 '역삼각형'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며 "보디빌딩을 하고 나서 체형뿐 아니라 내성적이던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헬스 트레이너는 '몸을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이 씨는 "트레이너는 개인마다 체형에 맞는 운동법을 처방하고, 식단을 짜준다"며 "운동과 건강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바르게 전달해 주는 사람이 헬스 트레이너"라고 말했다. 이 씨는 고2 때부터 운동하던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다, 제대 후 본격적으로 트레이너 생활을 시작했다.

 

"수도권에서는 일대일 맞춤형 지도를 하는 퍼스널 트레이너(personal trainer)가 정착됐지만, 전주는 아직 걸음마 단계예요."

 

그래도 일부 트레이너들은 개인 명함도 만들고, 팸플릿도 돌린다고 귀띔했다. 퍼스널 트레이닝 비용이 한 달에 40~50만 원 등 고가이기 때문에 '급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결혼식을 코 앞에 둔 신부나 면접을 보는데 비만 때문에 걱정인 취업 준비생, 지나치게 깡마른 남성 등이 주 고객이다.

 

이 씨는 "3개월 정도 하드(hard) 트레이닝을 하면 대부분 감량에 성공한다"며 "체중이 100㎏이 넘는 회원을 70㎏까지 빼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보디빌딩의 '보'자도 모르던 박성재 군(전주생명과학고 1학년)은 4개월간 이 씨의 지도를 받고 올해 미스터코리아대회 학생부 4위, 미스터전북대회 학생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자세가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20세트 이상, 시간으로 하면 1시간 넘게 한 가지 동작만 반복하게 한다"는 이 씨는 "11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 온 게 가장 큰 밑천"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형상 근육 사이즈가 일반 트레이너와 다르기 때문에 회원들이 '우리 트레이너는 벤치프레스(bench press)할 때 200㎏씩 밀고, 스쿼트도 230㎏씩 한다'고 추어올릴 때 머쓱하면서도 기분이 좋다"며 "헬스 트레이너는 꽉 조인 반팔을 입을 때 가장 멋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런 그도 아버지뻘 되는 회원들이 등판을 때리거나 가슴을 만지면서 '한 3개월 하면 돼? 모기는 물려?'라고 말하며 마치 아르바이트생(아르바이트생에게도 이렇게 하면 안 되건만.) 취급하거나 '어이, 이리 와봐' 하며 반말을 할 때는 곤혹스럽다고 했다. 그럴 때도 이 씨는 '예'하고 웃으며 달려 간다고 했다. 웃음도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헬스장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서로 서먹하게 인사하던 남녀가 일주일이 지나 서로 손 잡고 러닝머신을 타기도 하고, 남성 회원들의 경우 벤치프레스 할 때 상대방을 의식한 나머지 바벨(역기)의 무게를 올리다 밑에 깔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보디빌더와 헬스 트레이너 등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이 씨의 고충은 뭘까.

 

"월급을 타면 '헬스 보충제'와 닭가슴살, 쇠고기, 달걀 등을 사는 데 80만 원 이상을 씁니다. 달걀은 매일 한 판씩 먹어요. 삶아서도 먹고, 프라이나 오믈렛을 해먹기도 합니다."

 

이 씨는 기회가 되면 서울의 대형 피트니스센터에서 본인 이름을 내걸고 퍼스널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로서는 보디빌딩 '프로 카드'를 획득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 카드는 세계대회에 나가 순위권에 들어야 주어진다. 그 전에 올해 전국체전에서 순위권에 들어 실업팀에 입단하고, 국가대표가 되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혔다.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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