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이 들에 나가 꼴 베는 일보다 어렵다고 말하던 형이 글을 쓰게 된 것은 가슴이 시켰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은 머리로 쓰지 못하고 가슴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문장 연결이 어색하고, 표현도 세련되거나 매끄럽지 못하지요."
남원 대강이 고향인 한 가족의 이야기. 「11남매 이야기」(수필과비평사)를 엮은 11남매의 막내 김영관씨(39·정읍제일고 국어교사)는 "가슴으로 쓴 글, 머리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1남매 이야기」는 작게는 가족문집이지만, 낮에 '삐비(봄에 잔디에서 돋아난 새순)'를 뽑아두었다가 밤에 길쌈하는 부모님 입에 한 입씩 가득 까넣어 드렸던 기억, 표를 사지 않고 열차를 타고는 표검사를 할 때면 자는 척을 했던 기억 등 60~70년대를 살아온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로는 한숨 섞인 눈물이 한가득 고이기도 하지만, '우리 엄마는 자식을 11남매를 참 절묘하게 잘 맞추어서 생산하셨다. 아들 일곱 사이사이에 딸 넷을 띄엄띄엄 낳아 가사일을 돕도록 했다.' '어린아이는 자다가 치일까 각자 자식들을 배 위에 올리기도 하고 (…) 조금이라도 공간이 확보되면 먼저 누운 사람의 발가락에 코를 대고 누워야 했다.' '우리 엄마는 버스 앞문으로 올라가 뒷문으로 내려도 멀미를 하시기에' 등 정겨운 표현에 웃음도 난다. 일흔두편의 이야기마다 늦가을 쑥부쟁이처럼 작지만 강인한, 삶에 대한 열정과 본능이 실려있다.
"세상에 참으로 많은 글감이 있지만, 우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글감으로 택했습니다. 수많은 글감 가운데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어느 가족이든 들어보면 그 내용과 사연이 절절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겠지만, 형제들이 보내온 원고를 손보면서 '어느 위대한 작가의 글보다 진실하고 생동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1년부터 인터넷에 가족 카페(http://cafe.naver.com/love7290)를 만들어 안부도 전하고 대소사도 의논해 왔지만, 없는 살림에 자식 수가 많다 보니 이야기도 많다.
이번 문집은 10여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것. 2003년 어머니 진매순씨가 작고한 데 이어 올 여름 아버지 김병주씨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서두를 수 있었다. 글은 영관씨 남매 신기·정순·영기·영복·영식·경순·영일·영순·영권·경희씨와 김씨의 큰형수 이희순, 둘째형수 진정애, 둘째사위 신점수씨가 썼다. 원고를 정리하고 묶는 일은 고등학교 국어교사이자 지난해 시집 「박새 몇 마리 귓속에 살다」를 펴낸 영관씨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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