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혼불」 최명희의 모국어 사랑과 민족문화 찾기 답사가 진행된다. 「혼불」의 배경지는 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과 전주, 중국 선양(만주 봉천) 세 곳인데, 최명희 묘소를 시작으로 전주와 남원을 답사한다.
▲ 무지를 깨닫게 하는 「혼불」
최명희의 소설 「혼불」이 출간되기 전 전라도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혼불이 뭣이지, 처음 듣는 말인데 국어사전을 한번 찾아보자'라고 말한 경우가 많았다. 국어사전에 '혼, 영혼, 혼령, 넋, 정신'은 있지만 '혼불'이 안 나온다. 비로소 소설 「혼불」이 출간된 이후 국어사전에서 '혼불'이란 표제어를 발견할 수 있다. 「혼불」은 국어사전에 '혼불'이란 새로운 단어를 등재시킨 것만 해도 큰일을 한 셈이다.
또 '최명희'하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혼불」 과 관련해 최명희는 '근원에 대한 그리움'이라 말했다. 「혼불」 집필 때의 마음가짐을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았다.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했다. 「혼불」하면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또 있다. '「혼불」은 민속학의 보고이고, 우리말의 보고이다.'라는 말. 이 말도 앞으로 영원히 최명희와 「혼불」에만 붙을 수 있는 말이다.
▲ 최명희, 한국적 한국인의 마지막 세대
최명희는 어떤 생각으로 「혼불」을 집필했을까? 최명희 작가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 발전 단계와 최명희의 출생연도인 1947년생, 60대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변화, 발전 속도가 가장 급속한 것은 최근 100년이다. 최근 100년은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전통문화가 단절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문화가 파고 들어온 시기이다. 최근 100년을 살아오면서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가 세대간의 인식 차이다. 젊은 세대는 전통문화, 전통적 가치관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전통하면 고개를 돌리는 것을 당연한 일처럼 인식한다. 젊은층으로 갈수록 서구적인 사고방식과 생활문화에 익숙한 서구적 한국인이다. 반면 노년층일수록 한국적 한국인이다. 현대는 같은 한국인이면서, 서구적 한국인과 한국적 한국인이 공존하고 있다.
▲ 소설을 뛰어넘은 사상서, 「혼불」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것, 우리의 전통문화가 소멸되어 가는 오늘날, 진정한 생명체, 정신은 '혼불'이다. 근원에 대한 그리움, 근원의 복원은 진정한 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제 작가 최명희의 세대 즉 60대만이 근원에 대한 해답을 전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다. 최명희 작가는 이러한 의식이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올곧게 전통문화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몸속에 있다가 죽을 때 미리 그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혼불이며, 존재의 핵이 혼불이다. 우리의 정신과 문화의 상징은 민속학적인 것과 우리말이다. 이러한 존재의 핵, 우리 민족의 핵, 정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설 「혼불」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불」은 서사 형식을 빌린 소설이지만 한민족 사상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정섭(서남대 교수)
※ 이번 답사는 '「혼불」의 모국어 사랑과 민족문화 찾기'(안내 서정섭 서남대 교수) 24일 오전 9시 전주역사박물관 출발
최명희 묘소 → 최명희 생가 → 최명희문학관 → 전주천 한벽루 → 사매면 노봉마을 → 아래몰 → 중뜸 부친탯터 → 원뜸 종가 → 혼불문학관 → 청호저수지 → 달맞이동산 → 거멍굴 → 고리배미 → 서도역 → 삼계석문 → 체리암
※ 다음 답사는 11월 14일 '완판본 한글 고전소설의 고향'(안내 이태영 전북대 교수)
※ 답사신청은 전주문화사랑회(www.okjeonj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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