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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식탁 위의 수다] ⑤코르크

와인의 맛·향 결정 짓는 중요한 마개

발효와 숙성을 거친 뒤 수년간 깊이 잠든 와인의 비밀을 깨우는 작업은 코르크를 잡아당기는 순간부터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순간을 '오케스트라 마지막 악장을 연주하는 피날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피날레를 어떻게 장식 할지에 대한 답은 코르크만이 알고 있다.

 

소믈리에가 가장 긴장하는 시간은 조심스럽게 와인을 오픈하는 일이며 뽑아낸 코르크를 손님에게 건네면 손님은 와인과 접촉한 면의 향을 맡으면서 와인의 이상 여부를 체크하고 시음 후,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기까지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코르크가 무엇이길래 소믈리에를 긴장시키며, 잠들어 있는 와인의 비밀은 코르크만이 알고 있는 것일까?

 

코르크 마개는 발포성 포도주인 샴페인을 개발한 프랑스 신부 돔 뻬리뇽에 의해 개발되었다. 돔 뻬리뇽 신부는 샴페인 안에 있는 거품과 발효 속도를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는 마개를 찾던 중 코르크를 활용한 마개를 개발하게 되었다. 16세기에 유리병이 개발되고, 17세기에 코르크 마개가 개발됨에 따라 와인 보관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 막을 내린다. 이전에는 나무를 깎고 기름 먹인 헝겊으로 싸서 와인병을 틀어 막었으나 완벽한 밀봉이 되지 않아 와인이 새거나, 공기가 유입되어 산화되고, 산패된 기름 냄새가 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코르크 마개였으며 차후 와인산업 전체의 발전을 가져온다.

 

코르크 마개는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코르크 참나무 껍질로 만들어지며 가장 품질 좋은 코르크는 포르투칼에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그밖에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일반 나무들도 코르크층을 갖고는 있지만 두께가 얇아 가치가 없으며 지중해의 코르크나무는 두꺼운 코르크층을 갖고 있어 40년 이상된 나무에서 10년 간격으로 껍질을 벗겨 수확한다.

 

수확한 코르크층은 삶고 말리는 작업을 몇 번 반복한 뒤에 약 5cm 정도의 크기로 잘라서 가공하여 와인 마개로 활용한다. 코르크질은 와인이 코르크에 흡수되어 유출되는 것을 막고, 공기도 세포벽 사이로 투과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와인을 눕혀서 보관하는 이유도 코르크 층이 와인과 닿지 않으면 공기가 투과되어 건조되면 코르크가 부스러지기 쉬우나 와인과 닿아 있으면 팽창되어 공기의 유입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코르크를 자세히 보면 금과 구멍이 있는데 이를 피목이라고 한다. 피목은 코르크 마개의 기능에서는 불청객에 해당한다. 피목 사이로 와인과 산소가 코르크 안으로 스며들 수 있기 때문에 피목이 많을수록 와인의 품질도 그만큼 떨어진다.

 

코르크 마개도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다.

 

첫째, 가장 좋은 와인 마개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100% 천연 코르크는 와인을 완전히 밀봉해줘 맛과 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늘고 있는 와인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 한정되어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두 번째는 코르크 나무 껍질의 찌꺼기를 모아서 분쇄한 뒤 증기와 함께 압착시켜 만든 프레스 코르크이다. 프레스 코르크는 곰팡이 냄새가 날 위험도는 높으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인기가 높다.

 

세 번째는 프레스 코르크의 한 종류로 와인과 닿는 부분 5mm 정도는 천연코르크이며 윗부분은 프레스 코르크를 붙여놓은 형태로 단기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와인의 마개로 쓰인다.

 

네 번째는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인공 코르크로 플라스틱 코르크가 있다. 저가형 와인의 마개로 쓰이며, 색상도 다양하고, 곰팡이 냄새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코르크 스크류로도 쉽게 오픈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섯 번째는 와인을 눕혀 보관할 필요가 없는 스크류 캡이다. 스크류 캡은 코르크 스크류 없이 흔한 음료의 뚜껑을 돌려 오픈하듯이 쉽게 개봉할 수 있고, 와인의 맛과 향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와인 애호가들은 스크류 캡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유는 너무 쉽게 캡을 돌려 오픈한다면 와인만의 멋과 즐김의 문화 하나를 통째로 빼앗아 간 느낌이 들 것이고 앞서 얘기했듯 멋진 피날레 없는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만나는 기분일 것이다.

 

코르크 자체의 오염으로 인해 와인 본연의 향이 아닌 종이 박스 냄새, 신문지 냄새, 곰팡이 냄새가 나는 부패된 와인을 부쇼네(Bouchonne)라고 한다.

 

와인의 부쇼네는 평균 5%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재밌는 점은 와인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해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우리가 부쇼네 와인을 만나게 된다면 일반적인 대처 방법으로 반품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예전에 부쇼네 와인을 그 어떤 고가의 와인보다도 중요시 여기며 나눠 마셨던 기억이 있다. 이유는 부쇼네 와인만의 냄새와 맛을 정확히 알아야 1등급 와인의 맛과 향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쇼네 와인을 만나는 것도 보물을 찾듯 하나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좋지 않은 냄새를 정확히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송영애(푸드코디네이터, 전주기전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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