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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 우리에게 큰 위안"

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추모미사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1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1주기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분은 추기경, 대주교, 사제이기 전에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이처럼 해맑은 추기경님의 미소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었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었던 추기경님이 그래서 더 그립습니다."(정진석 추기경의 추모미사 강론 중에서)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1주기인 16일 전국 성당과 관련 기관에서는1주기 추모미사를 비롯한 각종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본당(성당)과 기관들에는 김 추기경이 남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글과 김 추기경의 얼굴 사진을 담은 현수막·포스터가 걸렸다. 서울대교구는 이날부터 내달 28일까지를 공식 추모기간으로 정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오후 7시 명동대성당에서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추기경과 주교단,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1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김 추기경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을 넘어 그분께서 남기신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김 추기경님은 삶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말과 행동으로 온전히 보여주셨다. 그분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낮추어 다른 모든 이의 밥이 되기를 바라셨다"고 회고했다.

 

또 "김 추기경님은 각계각층 사람들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진정한 대화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려면 김 추기경의 삶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의 강론과 영성체에 이어 김 추기경의 생전 활동 모습과 육성, 각계 인사의 회고 등이 담긴 5분 분량의 동영상이 소개됐다.

 

미사 참석자들은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과 같이 내게 있는 모든 것 주님 손에서 빚어지리니"라는 가사의 성가 '옹기장이'를 합창, 옹기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옹기장학회도 남긴 김 추기경의 삶을 추억했다.

 

이날 추모미사에는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 김희중 대주교, 장익·염수정·강우일 주교 등 주교 20명을 비롯한 사제와 수도자, 일반 신자 등 1천300여명이참석했고, 명동대성당 마당과 주변 꼬스트홀에서도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가운데 미사가 진행됐다.

 

후안 레냐 주한 스페인 대사, 요제프 뮐너 주한 오스트리아대사, 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 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 12명과 고흥길, 강기갑, 나경원, 문희상, 이강래, 박선영, 심대평 의원 등 국회의원, 한승수 전 총리,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 등 천주교 신자 정치인과 배우 안성기씨도 참석했다.

 

서울대 교구 이외에 전국 각지에서도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는 오전 김 추기경이 사제서품을 받은 계산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고, 안동 교구는 김 추기경 첫 부임지인 목성동성당 대성전에서 오후에 김 추기경 1주기 추모미사를 올렸다.

 

김 추기경이 투병하다 선종한 서울성모병원도 1주기를 맞아 16일 오전 병원 1층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으며, 사진전도 시작했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김 추기경 사진을 보여주는 추모 사진전이 열려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서울 절두산 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는 김 추기경 유품전이 이날 시작돼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주교 등이 오전 개막식에 참석했고, 추모미사도 봉헌됐다.

 

정진석 추기경은 유품전 개막식에서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중요한 교훈은 물질로부터의 자유로운 마음"이라며 "유품도 모두 소박한 것들이며, 혹시라도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받게 되면 즉시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셨다"고 회고했다.

 

김 추기경의 묘소인 용인 성직자 묘역에서는 21일 서울대교구의 공식 추모미사가예정된 가운데 이날도 김 추기경의 비서를 지냈던 정민수 신부(도곡동성당) 등 많은천주교 성직자와 신자들이 모여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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