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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100년 인생을 설계하라 - 이영탁

이영탁(세계 미래포럼이사장)

얼마 전 공기업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곧 임기가 끝나간다기에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랬더니 별 계획이 없다면서 이제 나이도 60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쉬어야겠다고 하였다. 그제야 이런 말을 하였다. 지금까지 30년 정도 일했을 것 아니냐. 그것도 대단한 일이다. 지금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판에 30년을 쉬지 않고 일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그렇다고 지금부터 쉬겠다고? 앞으로 얼마나 살 것 같은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90까지는 살 텐데, 30년을 쉬겠다고. 그건 과거에 70정도 살다가 죽을 때나 하던 소리가 아닌가.

 

그렇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이다. 과거의 사고에 갇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나이가 60이 된 사람은 일생을 통틀어 볼 때 절반 밖에 일하지 않았다. 앞으로 30년이나 남은 인생을 두고 일할 생각은 않고 놀 궁리나 하고 있는 것은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인생 후반 에 30년을 놀다가 간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하겠는가. 이런 인생을 두고 과연 보람 있는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1960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52세였다. 그러던 것이 2008년에는 80세가 되었다. 요즘은 매년 0.5세씩 올라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난다면 앞으로 90세, 100세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문제는 오래 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행복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그러자면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잘 준비하는 자만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가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각자의 취향과 형편에 따라 방법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지금부터 남은 인생을 제대로 설계하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기 인생을 아무런 계획 없이 살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떤 미래학자가 이런 말을 하였다. 미래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 없이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

 

미래를 설계하지 않고도 각자의 인생은 전개되고 삶은 이어진다. 그런 인생의 미래를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라고 하자. 한편 인생은 각자가 가고 싶은 미래, 즉 바람직한 미래(desirable future)가 있다. 미래설계는 결국 가능한 미래를 바람직한 미래 쪽으로 근접시키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각자가 원하는 미래 인생의 목표나 방향을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곧 미래설계이다.

 

여기서 미래설계에 있어 필수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각자의 남은 인생에 있어 지금이 가장 젊을 때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까지 살 수 있을까, 즉 바람직한 건강의 미래를 설정하고 그 때까지의 인생설계를 지금부터 바로 시작하도록 하자.

 

둘째, 뭔가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못한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잘 살펴보라. 밑천을 대고 돈을 버는 일도 있지만 돈 없이 할 수 있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미래는 대개 물질적인 욕구는 어느 정도 채워졌기 때문에 정신적인 측면을 훨씬 더 중시한다고 한다. 물질적인 측면을 앞세우는 것은 아직도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셋째, 각자가 지금까지 남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그리고 어렵게 사느라 자신 이외에는 큰 신경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만치 사는 것이 내가 노력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다. 우리 주변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더구나 미래의 세상은 윤리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열악한 조건에서 친환경적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공정무역(fair trade)이 그 한 예이다.

 

지금까지 인생의 과정을 30+30+a라고 한다. 부모 밑에서 30년, 부모 노릇하며 30년, 그러고 나서 환갑 이후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는 30+30+30+a가 되었다고 한다. 오래 산다고 해서 무조건 축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추가된 30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체 인생에 있어 행복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100년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영탁(세계 미래포럼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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