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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김연아 금메달, 자본과 주류의 인정 - 전용배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1회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회되었다. 우리나라는 금6, 은6, 동2개로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 4년간 견디기 힘든 훈련을 제대로 소화한 선수들의 공이 가장 크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점은 쇼트트랙에 한정되었던 메달이 빙상 전 부분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등 빙상 전 부분에서 금메달을 동시에 획득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밖에 없다.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등 설상부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여기에서 질문하나. 역대 동?하계올림픽에서 수많은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유독 김연아의 금메달에 가장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제'(女帝), '여신'(女神)으로까지 '추앙'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국민들이 유독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하기 때문이어서. 아니면 김연아가 너무 미인이라서. 피겨불모지에 나타난 천재에 대한 경의(敬意)인가. 아니다. 거기에는 '화폐'라는 숨은 그림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동계올림픽은 '선진국, 백인, 귀족'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특히 설상종목에서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스피드스케이팅도 장거리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을 제외하면 20위권 안에 랭크된 나라는 모두 서방선진국이다. 1992년부터 채택된 우리나라가 유독강한 쇼트트랙은 '이방인의 스포츠'일 뿐이다.

 

장면하나. 1992년 세계쇼트트랙 선수권대회가 미국 덴버에서 있었다. 우리나라는 남자 전 종목을 석권하고, 여자부분도 개인종합 1위를 했다. 그럼에도 당시 개최도시 덴버의 지역신문에서도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그래도 세계선수권인데 개최도시, 지역 언론에서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백인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돈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쇼트트랙은 동계종목 중에서도 소외받는 종목이었다. 주류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이 가지는 함의는 서구주류 언론의 관심이다. 역대 동?하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수많은 금메달을 땄지만, 서구주류 언론으로부터 관심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심지어 황영조의 금메달마저. 전통적으로 올림픽에서, 서구 특히 미국인들의 저녁밥상머리에 올려지는 종목은 하계올림픽에서는 육상, 수영, 체조 등이며, 동계올림픽 종목은 피겨와 알파인 스키 등이다. 고액을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서구 메이저 방송은 철저히 상업적이다. 오직 관심 있는 종목에만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다. 따라서 국내언론도 이러한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올림픽 금메달도 '가치와 금전'에서 사실은 굉장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소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해서, 김연아와 박태환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은 그들이 서구 언론에서 주목을 받기 때문에 더 열광하는 것이다. 변방은 항상 주류의 관심에 목말라 할 수 밖에 없다. 주류가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끼리의 '자화자찬'에 지나지 않으니까.

 

스포츠는 자본과 결합하면서 보다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력만큼이나 상업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가장 먼저 간파한 곳이 스포츠마케팅 회사이다. 사실 김연아와 박태환은 소속사가 같다. 프로선수가 아닌 김연아와 박태환을 몇 년 전에 입도선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낼 경우 얼마나 큰 가치를 생산할 것인지 이미 기업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본주의는 돈을 외면할 수가 없다. 의미가 있건 무의미하건 그건 운명이다. 따라서 스포츠에서도 종목 간 불균형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쪽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해도 '굶주리는' 상황이고, 한쪽은 등장만으로 돈이 몰린다. 이러한 구조는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그들이' 만든 구조이다.

 

동계스포츠는 근본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재원이 많이 든다. 자연환경도 따라야하고, 장비도 고가(高價)이다. 따라서 저변확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설상종목은 훈련만으로 극복하기에는 자연환경이 따라주지 못한다. 경기력 수준을 높이려면 최소한 10년이 더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가능한 건 그래도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쇼트트랙과 같은 빙상부분이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성과는 빙상 전 부분의 금메달획득이고, 어쩌면 김연아 때문에 한국도 동계스포츠를 하고 있다는 것이 주류사회에 처음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 것이다.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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