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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천안함' 침몰, 군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 전용배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교수)

천안함이 침몰된 지 일주일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이다.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원인규명도 중요하지만 역시 생사확인이 우선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지 이번사태를 보며 아쉬운 것은 군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황브리핑이나 사건개요는 군 최고책임자 또는 관련 참모총장이 직접 하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초기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듯이 보이다가,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슬그머니 군에 미루고, 군도 대변인만 통해 짧게 발표하고 통제하기에만 바쁘다. 이대통령만 하더라도 처음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사실이 지난 26일 밤 전해지자 청와대에 비상을 걸어 지하벙커에서 긴급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후에도 몇 번 더 개최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적절한 조치였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시'만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은 처음부터 군이 전권을 가지고 조치를 취하고 관할해야할 업무이자 영역이다. 사건이후 하루 이틀정도는 정리가 되지 않아 '상부지시'를 기다린다거나, 대응에 신중을 기할 수 있지만, 정보공개 및 상황진척에 대한 브리핑이 너무 더디다. 생존자들에 대한 언론취재 및 기자회견 금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안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공개 못 할 뭔가가 있다고 오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군과 관련된 문제는 군이 제일 전문가 집단 아닌가.

 

청와대 지하벙커에 모인 안보관계 장관회의 면면을 보라. 누가 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는가. 일단 대통령부터 총리, 국정원장, 대통령실장, 정책실장까지 군 면제이다. 군 면제 자체가 문제된다는 것이 아니라 빨리 해결하라고 다그칠 수은 있어도 직접해결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필자도 군 면제인 관계로 평소 군과 관련된 문제나 언급은 자제하는 편이다. 이유는 한 가지, 아무리 기준에 미달되었다고 하더라도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개인적으로는 씻을 수 없는 상처이다. 따라서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이 국민의 공복(公僕) 즉 공공영역 및 정치영역에 서비스하는 것은 이유야 어떻게 되었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얼마 전 "내가 제일보기 역겨운 모습은 자신은 병역을 안 한 공직자들이 검은 옷 입고 국립묘지에 가서 엄숙한 표정 지으면서 분향하는 꼴"이라며, "그것이 내가 현 정권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무지 대통령, 국무총리, 국정원장, 여당 원내대표가 모두 병역면제인 경우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던가"라고 말한 바 있다. 즉 현 정부의 고위층은 군대 조직의 원칙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군대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후로는 적어도 '정치군인'의 오명은 벗어났다. 그동안 국민의 신뢰도 많이 회복하였다.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서도 정치적인 고려는 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 군대가 정치적인 역학관계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따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북한의 소행'이던, 기뢰 때문이던, 내부폭발이던 그 후폭풍은 결국 군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이야 이해관계를 따져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뒤로 빠질 것이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군이 주도적으로 나서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임과 권한에는 동시성(同時性)과 상관성(相關性)이 함께 내재되어 있다. 선진국에서 고위직에 오를수록 출근시간이 빠르고 퇴근이 늦은 이유도 권한에 따른 책임 때문이다. 천암함 침몰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은 군에 있기 때문에 사건처리에 대한 집행권한도 함께 부여되어야 한다. 청와대 '지령'을 받아 소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무엇이 두려워 언론을 피하고, 생존자들의 기자회견을 통제하고 회피하기 급급한지 알 수 없다.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서야 한다. 언론 앞에 쩔쩔매는 대변인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매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차피 이번사건은 대한민국에서 군 외에는 해결할 수 있는 집단도 없다. 또한 이번사태는 군의 독립적 임무 수행능력과 역량을 검증 받을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도 있다. 어깨에 달린 별이 '상부눈치'보고 얻은 별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다. 국민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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