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선생님이 연출한 '꽃다방블루스'에서 주인공 '춘자'역을 맡았는데, 잘 해보겠다는 욕심에 다른 인물들과 섞이지 못하고 혼자만 방방 떠서 공연을 했어요. 무대에서 행복하게 작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거죠. 그 후 무대에 서는 게 겁이 났는데, 소극장 판 개관공연이었던 '행복한 가족'에 출연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늘 젊고 예쁜 역할만 하다가 처음으로 나이 많고 멍청하고 장애가 있는 역할을 맡았거든요."
전주시립극단 단원인 배우 홍자연씨(31). 30대에 들어서면서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는 그의 목표는 "어떠한 작품에서도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연극은 살아간다는 그 자체입니다. 연극을 통해 먹고 살고, 연극을 통해 감동도 주고…. 제 인생이 이미 한편의 연극이죠."
13일 오후 4시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열린 전주문화재단(이사장 라종일) '제26회 천년전주문화포럼'. '전주에서 연극인으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은 김영오(극작가) 박영준(공연기획자) 최경성(연출가) 홍자연(배우) 등 연극의 각 분야를 담당하는 이들이 연극인으로 살면서 느낀 성취와 한계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원래 배우였어요. 하지만 텅 빈 객석을 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극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물론, 더 좋은 작품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티켓 마케팅의 필요성을 절감했죠."
전주시립극단에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공연기획자 박영준씨(32).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객만 많이 오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객석이 언제나 꽉 찰 수는 없기 때문에 남는 객석을 사람들과 나누는 '문화 나눔 운동'을 펼치게 됐다. 초대권을 뿌리는 대신 기업 후원 형식으로 기업에 티켓을 팔고 그 티켓을 소외계층에 나눠줬다. 단순히 후원금을 받는 형식이 아닌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가 되니 기업들도 좋아했다. 그는 "돈이나 힘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극과 공연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2년 남편(정찬호 재인촌 우듬지 예술감독)과 딱 10년만 사회를 배운 다음에 극단을 창단하자고 했는데, 기적처럼 2002년에 '재인촌 우듬지'를 창단했습니다. 정말 혹독했던 10년이었지만, 단 하루도 우리 극단에 대한 꿈을 멈춘 적은 없었어요. 2008년에는 딱 42만원을 가지고 소극장 공사를 시작했는데, 아직 남의 건물 임대해 만든 소극장이지만 우리들에게는 최고의 공간입니다."
재인촌 우듬지 대표이자 극작가인 김영오씨(45)는 "나의 연극철학은 이야기"라며 "사람이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예술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들어요. 씁쓸하지만, 스스로가 만든 작품을 통해 이러한 힘겨움을 위로하며 살죠.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극단을 나가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전주연극협회 회장이기도 한 최경성 극단 명태 대표(41)는 후배들의 일자리 창출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주에 있는 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한옥마을 주말공연단을 꾸릴 계획. 그는 "그래도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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