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거창한 이야기도 잘들 하던대…. 그냥 재미가 좋아서요."
지난 24일 열린 사단법인 현대사진미디어연구소의'2010 전주 포토 페스티벌'에 초청된 김진오(43)씨는 패러글라이딩 사진작가다. 1996년 한국활공협회가 선정한 국내 1위 선수, 14년 째 국가 대표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도 수십 차례 참가했으며, 2003년 이탈리아 국제 패러글라이딩 월드컵에선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동호인 2만 여 명, 선수 200 여 명인 국내에서는 눈에 띄는 존재.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을 실현한 데 이어 사진작가로 변신했다.
"처음엔 하늘을 나는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그쳤죠. '여기도 날아봤으니까 남기자' 이런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적인 사진으로 담아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패러글라이딩 사진은 항공 사진과 판이하게 다르다. 각도부터 차이가 난다. 항공 사진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진이라면, 패러글라이딩 사진은 45도에서 찍는 사진이다. 일명 '버드 아이(Bird Eye)'라고 하는데, 새가 바라보는 각도에 가깝다. 국내 사진작가 중에서 항공 사진을 시도한 이는 많지만, 패러글라이딩 사진작가는 없다.
"헬기도, 경비행기도 시가지를 낮게 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딩을 타면 보다 사물에 근접해 사진을 찍을 수 있죠. 제가 원하는 곳으로 높낮이 조절도 가능하고요."
'하늘을 나는 카메라'엔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해 서부 신시가지, 팔복동 일대가 담겼다. 아지랭이처럼 지열로 떠오르는 힘으로 비행하는 무동력 스포츠인 패러글라이딩은 바람, 날씨, 운이 모두 맞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전주 시내를 날 땐 선풍기 같은 엔진을 달고 나는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사용했다.
"한옥마을은 정말 전통과 현대가 살아있는 도시예요. 서부 신시가지는 바람길이 잘 나서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도시의 그림자가 아름답습니다. 조형미가 살아있어요."
김해 출생인 그는 이런 전주의 아름다움에 빠져 6년 전부터 완주군 구이에 내려와 살고 있다. 전주대 체육학과도 뒤늦게 재학,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가 더 비행하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그는 울릉도와 독도를 꼽았다. 가능한 한 모든 곳을 다 날아보고 싶다는 것. "아파트 3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일은 무섭지만, 패러글라이딩 타는 일은 무섭지 않은 게 희한하다"며 "아파트는 떨어져도 난간 밖에 의지할 곳이 없지만, 패러글라이딩은 잡고 탈 것이 있지 않느냐"며 웃었다.
"자연에 내 마음 싣고 마음대로 갈 수 있잖아요. 여기도 가 보고 싶고, 저기도 가 보고 싶고. 전국 곳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같은 경치를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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