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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의 파리쫓기] 1. 정읍서 세탁전문점 '드라이데이' 김재광 사장

IMF때 망한 후 창업비 적고 몸으로 때우는 일 찾아…체계적 관리 프로그램 경쟁력 갖춰

'드라이데이' 김재광 사장(40)이 매일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할 때 운전하는 소형 승합차 옆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자동차 옆면에 '세탁은 과학입니다'라고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email protected])

<<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은 동물과 인간을 불문한다. 외려 '승자독식'이라는 극단적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치는 '인간 세계'에선 '약자들의 생존법'이나 다름없다.

 

'김 사장의 파리 쫓기'는 시장이라는 '생태계'에서 가장 하층부에 속하는 소상공인들의 애환과 생존 전략을 다루는 코너다.

 

파리가 꼬이는 가게가 있다. 어떤 사장은 본체만체하고, 어떤 사장은 파리채를 휘두르거나, 천장에 '찐드기'를 매달 것이다. 어떤 사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파리가 꼬이는 원인을 찾아, 없애려 할 것이다.

 

'김 사장의 파리 쫓기'에 나오는 '김 사장'은 이 중 세 번째 유형에 가깝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아는 만큼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이 코너는 경제 불황과 무한 경쟁 구도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파리 쫓기' 전략으로 희망을 쏘아 올린 다양한 '김 사장'들의 목소리를 담을 것이다.

 

전북도와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소상공인 맞춤형 코디네이팅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주·조연으로 등장한다.>>

 

IMF가 '원수'였다.

 

건물주는 말 없이 건물을 경매로 팔아 넘겼다. '비메이커 가방 가게'에 이어 야심차게 시작한 호프집은 그렇게 몇 달 만에 문을 닫았다. 아니 망했다.

 

고비였다. 새로 직장을 구하기엔 나이가 많았다. 종잣돈마저 날린 상황에서 인테리어 비용과 물건 구입비가 많이 드는 일반 가게나 메이커 체인점은 '언감생심'이었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들고,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정읍에서 '만수 아빠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세탁전문점 '드라이데이'를 운영하는 김재광 사장(40) 이야기다.

 

그가 지난 2003년 재기를 노리며 이 일을 시작한 데는 형들의 영향이 컸다.

 

큰형은 경기도 동탄시에서, 둘째와 셋째 형은 대전에서 세탁전문점을 운영한다. 4형제 모두 같은 업종에 몸담고 있는 셈이다.

 

세탁의 'ㅅ'도 모르던 김 사장은 처음엔 막고 품을 수밖에 없었다. 틈틈이 둘째 형한테 기술을 배우고, 한국세탁기술연구회가 주최하는 기술 교육 세미나를 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쫓아 다녔다.

 

한 살 연상의 아내 김은영 씨(41)는 든든한 '동업자'였다. 지금은 거꾸로 둘째 형이 그에게 세탁 기술을 배운다. 지난해엔 도내 소규모 세탁전문점 사장 13명이 뭉쳐 '드라이데이'라는 공동 두레(공동 브랜드)도 만들었다.

 

거대 자본과 상대하기 위해선 조그만 세탁소끼리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세탁 기술과 마케팅, 컴퓨터 활용 면에서 어느 세탁소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하던 그이지만, 더 효율적이고 직접적인 조언을 듣고자 지난 5월 전북도와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소상공인 코디네이팅 지원 사업'에 SOS를 쳤다.

 

코디네이터(김달승 씨)는 먼저 'SWOT 분석'을 실시했다. 그리고 세탁 기술력과 정읍 시내를 대상으로 영업을 오랫동안 해온 점은 강점(Strength), 고객 서비스 노력과 재무 관리, 매장 관리, 판촉 노력 부족은 약점(Weakness), 맞벌이 가구와 고급 의류 증가, 세탁 시장의 확대는 기회(Opportunity), 불투명한 시기동의 발전 가능성과 세탁 체인점 시장의 확대, 법규 및 규제의 변화는 위협(Threat) 요소로 추렸다.

 

코디네이터는 이것을 바탕으로 단골 고객을 유도하고,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회원등급제를 제안했다. 월 2회 이내 방문 고객, 월 2∼4회 방문 고객, 월 5회 이상 방문 고객으로 나눠, 등급과 이용 실적에 따라 무료 세탁권 등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방안이다.

 

또 영세한 사업자가 가계부를 작성하듯 쉽고, 간편하게 매일의 수입과 비용을 기록하도록 국세청에서 고시한 '간편 장부'도 소개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장부를 손으로 작성하다 보니, 매월·분기·연간 매출 및 지출 내역을 집계하지 못했다. 간편 장부를 적는 사업자는 수익성 분석과 지출 비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고, 소득세 신고 시 간편 장부에 의해 소득세를 계산할 수 있는 것도 '덤'이다.

 

코디네이터는 홍보도 강조했다. 현재 하고 있는 라디오 광고를 지속하고, 소책자 발행은 디자인을 보완해 유지할 것을 조언했다. 자석 스티커 부착은 매주 1회로 늘리고, 세탁물 수거·배달 시 가게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을 것 등도 덧붙였다.

 

김 사장은 "코디네이터가 저희 가게와 다른 가게를 비교 분석해 내가 잘하는 것, 상대방이 잘하는 것 등을 요목조목 짚어줬다"며 코디네이터가 제안한 회원등급제와 관리 프로그램 등을 곧 바로 도입했다.

 

당장 손님들은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김 사장은 "이번에 받은 경영 진단 내용을 항상 머릿속에 담아두고, 그것에 벗어나지 않도록 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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