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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밥상] 1. 임옥상 화가

"'밥'에 부끄럽지 않게 작업하고 싶어요"…전주에서 먹은 황홀한 밥 작품에 담아내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행복한 밥상을 담은 작품 '밥상'(위)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 '죽음의 밥상' ([email protected])

<< 고은 시인은 "배가 불러야 시도 나온다"고 했다. 먹을 것 없어 굶는 게 다반사였던 지난한 시절의 세대들에겐 배부른 즐거움이 가장 컸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밥상에 대한 사회학적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 아니다. 허기를 채워주는 한 끼 밥상의 감사함, 농사짓는 부모님이 일러주신 삶의 가르침 등을 통해 현대인들이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밥의 향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밥상의 추억이 그리움 이상의 정서적 풍요가 되었던 이들의 '잊을 수 없는 밥상'을 '겸상'하게 될 것이다. >>

 

화가 임옥상씨가 일을 저질렀다. 전화 통화에서 만난 그는 제자들과 함께 판화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난 6·2 선거에서 트위터(@oksanglim)로 20대 투표를 독려, 선착순 1000명에게 판화를 주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트위터 반응에 스스로도 얼떨떨한듯 했다.

 

"길거리에 나가서 그냥 작품을 줄 수 없잖아요. 그러면 작품이 천하게 인식되죠. 돈의 가치가 아니라 정신적 가치로 치환될 수 있는 게 작품 나누기라고 봤어요. 최소한 문화적 방법으로 젊은층을 견인해 낼 방법을 찾은 겁니다."

 

그는 1991년까지 전주대 교수로 재직했다. 전주에서 먹은 밥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이곳에선 뭘 먹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작품 '밥상(1982)'을 내놓은 것도 전주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민중미술 작가에요. '억세다'란 말을 평생 듣고 살았는데, 솔직히 이 정도가 뭐가 그리 대수인가 하는 생각 많이 했어요. 문제 없는 평온한 사회였다면, 제가 정치적·사회적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었겠죠. 하지만 때론 다른 것에도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바로 먹는 것이었죠."

 

작품 '밥상(1982)'엔 그와 아내, 어머니, 아이들이 둘러앉은 모습을 담았다. 밥을 먹고 난 뒤 누구나 느낄 법한 행복감을 담고 싶었다. 그 날 먹은 점심 도시락을 떠올렸다. 진수성찬은 아니었지만, 밥이 주는 푸근함이 있었다. 또 다른 작품 '밥상(1982)'은 이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반찬도 없고, 상 위의 모든 것이 검은색으로 덧칠해졌다. 똑같은 밥상이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가 확연히 나뉘어졌다. 밥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까지 이어졌다.

 

예술가도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밥은 삶의 중요한 화두다. 그는 교수직을 박차고 나오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실감했다. 가나화랑 전속작가까지 벗어던지고 홀로서기를 했다. 자유는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했다.

 

"김지하 시인은 '밥은 하늘이다'고 말했습니다. 나를 위해서 생명을 던져버린 고귀한 존재가 바로 '밥'이라는 거죠. 작가로서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게 '밥'에 대한 예우이기도 합니다."

 

화가, 설치작가 …. 다양한 이름으로 그가 정의되듯 그의 작품은 회화·조각·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다. 자신과 타인 사이에 놓여진 소통의 창구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반목할 때 '그것'이 있어서 서로 눈길을 나누며 친구가 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입니까. 미술은 바로 관계를 맺어 주는 끈 같은 것입니다. 내가 밥 숟가락 놓는 그 날까지 밥에 부끄럽지 않게 작업할 겁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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