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팔도 중 가장 넓은 호남평야인 김제를 필두로 고·순·남 그리고 무·진·장 지역의 밭과 산악 지대에서 나는 '무한 재료'가 지금의 '전주 음식'을 만들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첫 번째 맛 탐방은 전주를 살짝 비켜선 완주군 오지에 자리 잡은 손두부 집으로 정했다. 다소 '마이너'(minor)한 연석산(硯石山) 입구 '한백상회'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지인에게 잘 알려진 소양면 화심리 순두부 라인(?)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아직도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손두부 집이 존재한다.
여담일지 모르나, 수도권 신도시 외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대째 내려오는 손두부' 혹은 '저희는 국내산 콩을 사용합니다!'라고 광고하는 곳 대부분은 스팀으로 찌는 공장표 손두부이거나 묵은 국내산 콩을 사용하는 곳이다.
그럼 '한백상회'는 어떨까?
일단 콩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거나 전통 방식 손두부로 무장하고 대박을 노리는 곳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쇠 가마솥에 직접 군불을 지피는 과정이나 하루에 겨우 4∼5판을 만드는 순박하고 안타까운 현실에 오히려 가슴이 다 뭉클해지는 곳이다.
간수를 쭉 뺀 손두부라 일반 두부와 달리 약간 거칠고 단단하며, 국내산 해콩의 고소함을 절로 느낄 수 있다. 곁 음식은 주변에서 채취한 산나물이 어우러진 겉절이와 전라도 묵은 지가 올라온다. 직접 담근 동동주도 맛 볼 수 있으며, 담백한 순두부국은 부근 화심과 달리 순박하고 독특하다.
평소엔 몸이 불편하신 노부부가 운영하는데, 주말이면 부모님을 돕기 위해 경기도에서 아드님이 내려온다. 두부가 남았는지 전화 확인은 필수이며, 마당에 돌아다니는 씨암탉은 어쩔 수 없이 잡아 주는 손님에게만 판매한다. 한참 걸려서 만들어지는 손두부라 많은 양을 욕심내었다가도 여간 독한 마음이 아니라면 뒤에 줄 서는 등산객에게 한 모씩 양보하고 만다.
△두부 1모(상차림 포함) 5000원·순두부국 5000원·사 가는 두부 3000원·동동주 PT 1병 8000원
△위치: 연석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 건너편·전북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연동부락 531
△전화: 063-244-8023
▷'쉐비체어'(blog.naver.com/4kf)는 파워 블로거 김병대 씨(46)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 쉐비체어(shabby chair)는 '낡은 의자'란 뜻으로 김 씨의 '마이너리티(minority·소수자) 정신'이 배어 있다. 그는 까칠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쫓겨나더라도 맛있는 집은 맛있다고 하는 강단 있는 블로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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