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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미망인 "젊은 예술가들에게 용기 줬으면"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1932~2006)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73) 여사가 백남준의 삶과 예술세계 등을 담은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을 출간했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생활하는 구보타 여사는 백남준의 생일이기도 한 20일 책 출간을 기념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간담회에서 "이 책은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쓴 책"이라고 말했다.

 

"백남준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완전히 빈털터리였어요. 입는 것도 형편없었고 먹고 살기 위해 투쟁해야 했던 가난한 예술가였죠. 사람들이 슈퍼에서 먹는 것을 사기는 쉽지만 예술품은 정신적인 것이라 예술품을 팔기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죠. 뉴욕에 예술을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예술은 월스트리트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는 분야에요. 열심히 하면 백남준처럼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이 책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백남준의 어린 시절과 작가로서의 성장 과정을 들려주기도 했다. 어려서 공부를 잘했던 백남준에게 부모는 경제학이나 법학을 전공하기를 원했지만 백남준이 이를 뿌리치고 음악 공부를 했던 일, '돈을 물쓰듯 썼던'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를 시작하던 시절 비싼 TV 세트를 아낌없이 구입해 자신이 곤란해 했던 일 등을 소개했다.

 

구보타 여사는 이어 백남준을 '비디오 아트계의 조지 워싱턴'에 비유하며 그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제가 백남준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가 재능이 있고 천재 같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도쿄에서 열린 공연에서 백남준의 에너지를 보고 굉장히 매료됐었죠. 나도 역시 예술가이기 때문에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는데 백남준의 가치를 알아본 거죠. 그는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고급과 저급을 모두 망라할 수 있는 폭넓은 사람이었어요.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비디오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내는데 이거야말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이용한 것이죠. 비디오 아트에 있어 백남준은 조지 워싱턴과 같은 존재예요."

 

책에는 이 밖에도 10년간 연인으로 지냈지만 결혼만은 거부했던 백남준이 돌연 청혼한 이야기, 'TV 부처' '야곱의 사다리' 등 백남준을 현대미술의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들의 탄생 비화, 1998년 백악관에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악수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섰을 때 백남준의 바지가 흘러내렸던 일 등 여러 차례 소개됐던 백남준에 대한 추억이 등장한다.

 

책은 백남준의 장례식 당시 언론사 뉴욕특파원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었던 남정호씨가 구보타 여사의 구술을 정리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남씨는 "자극적인 내용도 많았지만 아직 당사자들이 살아있기도 해 책에 넣지 못한 내용이 많았다"며 "그만큼 극적인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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