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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 세계 시장에 풀어놓아야 할 '흥부와 놀부'

리뷰 호남오페라단 '흥부와 놀부'

탁계석(음악평론가) ([email protected])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한참 열리고 있는 가운데 호남오페라단의 '흥부와 놀부'(1~3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마지막 공연을 보았다. 소리축제 전체를 봤을 때 비중으로는 판소리 등 전통적 음악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오페라와 세계적인 성악가 '이네사 갈란테' 공연이 있어 다소 균형을 잡아준 것 같다.

 

사실 '소리축제'란 이름에 걸맞게 전북은 세계에 자랑할 판소리 다섯바탕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한류문화 콘텐츠가 되기에 충분한 설화와 민속의 무진장한 보고(寶庫)다. '서동과 선화공주' '논개' '정읍사' '동학농민혁명'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모두가 오페라 및 창극, 무용의 훌륭한 콘텐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작곡가 코다이가 '민요'를 황금에 비유한 것을 떠올리면 분명 '전통'이란 무진장한 금광을 지닌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문제는 누가 이 광맥을 가공하고, 누가 세계 시장에 내놓을 의지를 갖느냐일 것이다.

 

보석을 손에 쥐고서도 가치를 모른다거나 이를 위해 투자를 할 수 없다면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입으로만 우리 것이 최고요, 세계적인 것이라고 아무리 외친들 이는 소 귀에 경읽기가 아닐까 싶다.

 

이런 점에서 지난 7월 미국의 LA에서 바그너축제를 하면서 이 곳 LA 시장이 축제 비용 400억원에 지불보증을 선 것은 문화로 세계 도시를 만들려는 충만된 의지를 읽기에 부족하지 않다. 행사를 마련한 쪽에서 아무래도 비용이 걱정되어 시(市)에 지불보증을 요구해 이를 수락했는데, 다행히 개인 기부자들이 자기가 사는 도시의 문화적 자존심을 위해 십시일반 기부로 모두 모든 금액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한참 부러운 꿈같은 기부문화가 아닌가.

 

오페라 '흥부와 놀부'가 세계 무대로 나가지 못하는 것에 작품성이 아닌 재원 부족이라면 이 지역 메세나 운동을 일으켜서라도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오페라로 만들어진 '흥부와 놀부'는 관객과 쉽게 소통하고 즐기면서도 우리의 판소리 원형을 맛볼 수 있어 세계 상품화에 적격이다.

 

지성호 작곡의 '흥부와 놀부'가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면서도 한국의 풍물, 의상, 민속을 모두 보여주는 총체 예술의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흥부' 하만택의 낭랑한 톤 컬러와 가창력은 무대를 끌어가는 동력이었고, '놀부' '마당쇠' '흥부처' '놀부처'의 연기와 애드립도 남도의 구사한 언어 감각이 물씬해 관객과 소통하는 우리 오페라의 즐거움이었다.

 

이일구 지휘의 풍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관악군의 풍자 역시 전통 악기에서 보다 풍요한 색감과 극적 효과를 전달했다. '각설이'와 '품바'로 긴장을 풀었지만 이완의 긴장을 좀더 조일 필요는 있어 보였다. 외국인 대상일 경우 더 명쾌하게 , 무대 디자인을 더욱 세련되게 해서 상품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눈도 중요하지만 이를 사줄 세계인의 입맛과 취향을 고려해야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공통문법으로서의 오페라는 세계 여러 나라들은 자존심을 걸고 제작하고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초연작의 재공연은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탁계석(음악평론가)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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