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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의 파리쫓기] 8. 전주시 효자동 미술학원 '미애랑 미술&리폼' 황미애 원장

"아름다움과 사랑으로 화가 꿈나무들 키울래요"

'어린이들은 비 오는 날 물이 고인 진흙탕에서 맨발로 저벅저벅 물을 튀기고 막대기로 물길을 내거나 흙탕물을 휘휘 젓기도 하며 즐겁게 장난을 칩니다. 잭슨 폴록이라는 화가는 큰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그 주변이나 캔버스를 직접 밟고 다니면서 즐겁게 그림을 그렸답니다. 그것도 깡통에다가 구멍을 뚫어 물감을 줄줄 흘리거나 막대기에 물감을 묻혀 여기저기 신나게 뿌렸지요. 어른 화가들은 어린이를 따라하는 흉내쟁이입니다.'

 

 

전주시 효자동 '미애랑 미술&리폼' 미술학원 입구에는 이런 글이 붙어 있다. '아동미술에 담긴 72가지 감성정신'(지은이 김천정)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다. 이것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학원을 연 황미애 원장(28)의 철학이 오롯이 배어 있다. 아름다울 미(美)와 사랑 애(愛)로 이뤄진 '미애랑'은 미술 사랑이라는 고운 뜻도 담겨 있다.

 

원광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7년 넘게 꾸준히 미술학원 강사를 하며, 미술학원 원장을 꿈꿨다.

 

현실은 척박했다. 초·중·고교 모든 교과 과정이 국어·영어·수학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미술학원을 다니려는 학생 수는 줄고, 문 닫는 미술학원은 늘었다.

 

그의 대학 동기 대부분은 인테리어나 무대 디자인, 디스플레이 디자인, 웹디자이너, 미술학원 강사 등으로 취업했고, 현재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은 그를 포함해 2명뿐이다.

 

미술은 알지만, 사업엔 문외한이었던 그가 두드린 곳은 전북도와 소상공인지원센터. 창업을 앞두고는 지난해 10월 전북도가 도내 20∼30대 청년 창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희망을 빌려드립니다' 6기 교육 과정을 수료하며, 전문 강사들로부터 창업의 위험 부담과 이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창업 직후엔 도 민생경제과와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소상공인 맞춤형 코디네이팅 지원 사업'을 신청, 체계적인 상담을 받았다.

 

허대중 코디네이터는 황 원장이 미술학원 운영 경험이 없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려 상담 기술이 부족하고, 말과 행동 등에서 아직 리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등의 약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동시에 미술학원이 있는 지역(휴먼시아 1차아파트 상가)이 아직 학원가가 형성되지 않은 신도시여서 몰(mall·상점가)의 시너지를 얻기 어렵고, 새로운 미술학원이 들어올 가능성, 개업 당시 수강생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위협 요소로 꼽았다.

 

허 코디네이터는 그러나 황 원장의 풍부한 실무 교육 경력과 타고난 미적 감각과 손재주, 다양한 커리큘럼, 최신 인테리어 시설 등은 강점으로, 아파트 단지 내 최초의 미술학원으로서 선점 효과와 6500세대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 내에 학원이 있다는 점 등은 기회 요인으로 들었다.

 

황 원장은 "코디네이터가 '원장 자신이 당당해야 어떤 일이든지 긍정적인 효과를 발산할 수 있다'며 옷차림과 걸음걸이, 말투 등 사소한 것부터 마음가짐까지 다양한 팁(지침)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개업 후 일주일간 수강생이 1명도 없었다는 그는 코디네이터의 조언을 바탕으로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시도했다.

 

페이스 페인팅(face painting)과 종이 접기 등 무료 교실을 열었고, 크리스마스에는 인근 우림초등학교 앞에서 아버지 황정환 씨(55)가 산타 분장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사탕과 학원 이름이 새겨진 연필, 홍보 전단 등을 나눠줬다. 또 상가 앞 아파트에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장터'를 열 때는 장터 홍보탑을 수강생들과 빈 박스를 주워다가 같이 꾸몄다. 학원 홍보는 물론 학생들에게는 '아나바다'를 주제로 저마다 생각한 것을 표현해 보는 수업의 연장이었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수강생은 30명으로 늘었고, 노하우도 그만큼 쌓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연스레 터득한 것이다. 초기엔 수업에만 열정을 쏟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실제로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 상담에도 공을 들인다.

 

△통합 미술반(아이클레이·북아트·리본공예·비즈공예·미술심리화·디자인·경험화·상상화·수채화) △학교 교과 과정반 △창의·미술재미반(소리 듣기·만져보기·냄새 맡아보기·맛보기·오감 신체놀이) △취미반(pop 예쁜 손글씨·비즈공예·리본공예·리폼·유화·수채화·데생·포크아트) △수행평가반 등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짜고, 학부모 상담용 자료인 '미애랑 보물 지도'를 만든 이유다.

 

그가 꿈꾸는 미술학원은 일반 미술학원과 개인 레슨의 장점을 합친 학원이다.

 

일반 학원은 교재에 나오는 그림을 반복해 따라 그리는 스파르타식인 반면 기술 습득은 빠르다. 개인 레슨은 개인의 특성에 맞춰 수업을 하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이 강사에게 너무 의존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그는 현재 학원 옆 빈 공간을 노리고 있다.

 

"옆 칸까지 확장하는 게 목표예요. 몸에 흠뻑 물감을 묻히면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수강생이 1명뿐이지만, 헌 것을 다시 디자인해 새 것처럼 만드는 리폼(reform) 분야도 개척하고 싶어요. 학원 이름에 일부러 리폼도 넣었잖아요. 나중에 시내 버스 광고마다 저희 학원이 나오는 날이 꼭 올 겁니다."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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